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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오 향한 공정위 칼날…전문가들, 산업계 경제활동 위축 경고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온라인 플랫폼을 향한 규제 칼날을 꺼내든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산업계에서는 공통적인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플랫폼을 향한 제재가 과도할 뿐만 아니라, 기업 생태계 전반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네이버는 자체 쇼핑 서비스인 스마트스토어를 우대하기 위해 쇼핑 검색 결과 노출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수백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를 상대로 불복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14일 패소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네이버는 “소비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한 것일 뿐 조작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서울고등법원도 결국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초 공정위는 네이버가 2012~2020년 검색 결과 순위를 조작해 스마트스토어 경쟁사에 불리하도록 조정했다고 판단해 과징금 266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네이버가 2012년 상품정보검색 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G마켓·인터파크·11번가 등 경쟁사보다 스마트스토어 상품이 먼저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게 당시 공정위 측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 입장은 다르다. 네이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려면 경쟁 제한 효과가 증명돼야 하지만 공정위 의결서에는 이에 해당하는 내용이 빠졌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는 소비자 선택권이나 효용 감소 등 경쟁 제한 효과를 구체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으나, 의결서를 보면 단순히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식의 문구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입점업체에 유리하게 조작해 피해를 야기했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객관적인 근거가 현재로서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대부분 법원은 공정위가 ‘특정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제기했을 때 이를 위법으로 판단했다”며 “법원이 플랫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가 의견을 경청해 사안 자체의 잘잘못을 따져보기보단, 공정위 말만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업계는 공정위가 지난 15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개인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를 검찰 고발한 것에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앞서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가 지분이 있는 카카오,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금산분리(금융과 산업분리)’ 규정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 및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

2007년 소프트웨어 개발업·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 9월 말 기준 카카오 지분 10.5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이 가운데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0.91%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2020년~2021년 케이큐브홀딩스 전체 수익 가운데 95% 이상이 금융수익(배당·금융투자수익)임을 고려할 때,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융회사에 해당하므로 금산분리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 소속 금융·보험사가 금융이나 보험 사업 운영을 통해 축적된 자금을 계열사에 출자해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둔다.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가 2020년과 지난해 카카오 정기 주주총회에서 14차례, 카카오게임즈 주주총회에서 11차례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법 위반 행위로 본 것이다.

이에 케이큐브홀딩스는 입장문을 내고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보유 자산을 운영 및 관리하는 금융상품 소비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3자의 자본을 조달해 사업하는 금융회사의 본질적 특징과는 무관하다”며 “금융회사 여부는 금융 관계법령 및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해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카카오 정기 주주총회 때 케이큐브홀딩스 의결권 행사로 이사회 소집 기한이 7일에서 3일로 단축된 부분을 두고 안건 결과가 바뀌어 법 위반성이 크다는 공정위 지적에 대해서도 “이사회 소집 기한을 단축하는 절차적 사안이었고, 주주에게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사외이사 권한을 제한하는 실체적 사안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케이큐브홀딩스 사례가 당초 금융회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취지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ICT법경제연구소장)는 “(금산분리 규정은) 고객 자본을 운용하는 금융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기업이 고객 이익이 아니라 자기 지배 확대를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보험사를 운영하는 기업이 보험에 가입한 고객 자금을 가지고 계열사 주식을 사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형식적으로 금융회사 지위를 가진 기업들까지 무조건 보유 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건 금융회사와의 실제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며 “너무 기계적으로 법 적용을 하는 게 아닌지 아쉬움이 든다”고 토로했다.

홍 교수는 공정위가 문제 삼은 의결권 내용이 향후 다른 기업들의 의사결정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통상 문제가 없다고 여겨지던 부분들도 충분히 공정위에 고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산업 전반에 싹 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예측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펼치면 기업들은 대략 이 정도는 고발 사안이 되는 걸 알기에 조심하는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며 “기업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형사 처벌 리스크가 커진다면, 해외 기업들이 내부 의사결정을 할 때 굉장히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경영 활동도 위축된다”고 경고했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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