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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손들어준 재판부…OTT에 부과된 과도한 요율, 미궁속으로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이하 ‘음대협’)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상대로 제기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 승인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즉각 항소 준비에 들어갔다. 개정안 승인 과정에서의 절차적·실체적 위법성에 대한 음대협 측의 모든 주장들이 판결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는 주장이다.

◆ 발단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OTT에 1.99995% 요율 적용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는 지난 23일 웨이브, 왓챠, 티빙 등이 참여하는 음대협이 문체부를 상대로 제기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의 승인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음대협은 지난해 3월부터 음악저작물 사용료를 두고 문체부와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문체부가 2020년 7월 승인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이 발단이 됐다.

현행법상 방송 프로그램에 음원이 사용되는 경우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한 사업자는 음악저작물 사용료를 지불해야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신규사업자인 OTT에 대한 음악저작물 사용료율 기준은 부재했다.

이런 맥락에서 마련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은, OTT에 대해서만 과도한 요율을 부과해 사업자들의 반발을 샀다. 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이 제출하고, 문체부가 수정·승인한 이 개정안에는 OTT 사업자에 대해 음악저작물 사용료율을 2021년 1.5%로 설정, 2026년 1.9995%까지 늘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케이블TV와 IPTV, 방송사 운영 방송에 각각 0.5%, 1.2%, 0.625%의 요율이 적용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음대협은 문체부가 OTT에만 이런 과도한 요율을 부과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음대협에 따르면 실시간방송과 방송물 주문형비디오(VOD)가 주를 이루는 국내OTT의 경우, 넷플릭스 보단 케이블TV 혹은 IPTV와 오히려 유사하게 봐야 한다.

◆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음대협, 개정안 승인과정서 위법성 지적

이에 음대협은 앞선 변론기일에서 문체부의 개정안 승인 과정에서 절차적·실체적 위법성이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쉽게 말하면, 사업자로부터 적법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음대협은 먼저, 문체부가 의견수렴 주체로 ‘음악산업발전위원회(이하 음산발위)’를 채택한 부분을 지적했다. 음산발위의 경우 위원 10명 중 7명이 음저협에 소속된 음원 권리권자로, OTT에 불리한 결정이 도출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문체부가 징수규정 승인 과정에서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힌 가운데, 해외 동향을 제대로 살폈다고 볼만한 근거도 부재하다는 게 음대협의 입장이다.

음대협은 문체부가 연구용역을 발주한 시점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 문체부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때는 2021년 8월로, 개정안을 승인한 시점으로부터 이미 8개월이 지난 후였다는 것이다. 이에 음대협 측은 문체부가 행정행위(개정안 승인)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OTT 음악사용료 징수 현황에 대한 연구를 뒤늦게 진행했다고 꼬집었다.

◆ IPTV와 공동 대응…"위법성 검토없이 종결 아쉽다"

이번 행정소송 판결 결과에 대해 업계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나 아쉽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과 관련 문체부의 검토 과정 및 결과에 있어 심각한 편향성이 드러났음에도 불구, 업계가 이의제기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이 없어 행정소송에 나섰던 것”이라며 “행정법원의 판단은 존중하나 재판 과정에서 행정 절차상 문제점과 실체적 위법성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 없이 종결되어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문체부는 저작권 산업과 영상산업의 상생 균형발전을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라며 “문체부가 지나치게 권리자 편향적으로 개정한 음악저작권 징수규정 문제를 진지하게 재검토하고자 한다면 행정소송은 언제라도 취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음대협은 앞서 패소한 IPTV와 공동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항소도 검토 중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행정소송 결과에서 실체적 위법성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지지 않아 아쉽다”라며 “IPTV쪽 판결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공동으로 대응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IPTV는 지난 7월 음저협이 제기한 방송사용료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IPTV 측은 영상물을 제작하는 방송채널사업자(P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이미 저작권 사용료를 내고 음악저작물 사용에 대한 허가를 받았으니 플랫폼에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은 이중징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제작사와 플랫폼이 음악저작물을 사용하는 형태가 다르므로 각각 별도의 이용허락을 받아야한다고 판단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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