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누더기 K칩스법…재논의 해야

김도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최근 반도체 업계의 화두는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이다. 해당 법안의 한 축인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이 여당 발의 4개월 만에 통과됐으나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으로 개정된 탓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반도체 등 국가첨단산업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6%→8% ▲중견기업 8% 유지 ▲ 중소기업 16% 유지로 나타났다. 여당안(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은 물론 재벌 특혜를 외친 야당안(대기업 1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에 반도체 기업 종사자는 물론 전문가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K칩스법을 주도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8%는 전진이 아니라 후진이다. 차라리 부결시키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역설했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 민간위원, 4대 반도체 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도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같은 주장들이 나오는 배경은 경쟁국의 광폭행보다.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나선 미국은 세액공제 25% 등 막대한 지원을 내세워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대만 일본 유럽 등도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유혹하고 있다. 노골적인 미국 제재로 반도체 굴기에 차질은 빚은 중국도 반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대기로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 우려를 들어 지원 규모를 축소하면서 그 말은 현실화하지 못했다. 이미 법인세 등으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일자리 이슈와도 직결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발 앞선 것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최소한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도록 해줘야 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반도체 산업은 업체 간 경쟁을 넘어 국가대항전으로 확전 중이다. 더 이상 특정 기업의 개인기만으로 승부 보는 시대는 지났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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