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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RA’ 점점 누더기되나… GM "캐딜락 리릭도 보조금 혜택달라" 생떼

박기록
캐딜락 리릭(Cadillac Lyriq)
캐딜락 리릭(Cadillac Lyriq)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점차 누더기로 변질될 위기에 처하고 있다.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에서 당초 제외됐던 일부 고가 차량에 대해 미국 자동차기업들이 혜택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기때문이다.

미국이 작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밀어부친 IRA가 허점이 드러나면서 이런 저런 예외조항을 만들어지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왜곡이 돌출되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강자인 제너럴 모터스(GM)가 미 재무부에 IRA 세제혜택을 위해 자사의 전기 세단인 '캐딜락 리릭(Cadillac Lyriq)'의 분류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내 일반 구매자가 IRA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전기차의 가격조건과 연소득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한다.

세단과 웨건 차량의 경우, 소매가격이 5만5000를 초과하면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세단인 '캐딜락 리릭'의 소매가격은 6만2990달러서 시작하기때문에 대상이 안된다.

그러나 GM은 '캐딜락 리릭'을 미 정부에 세단이 아닌 SUV로 분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SUV차량은 8만 달러 이하만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GM의 왜 무리한 요구를 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IRA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인도량은 122대에 불과하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선, 캐딜락 리릭을 '6만2990달러' 온전히 주고 다 사느니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5만5000달러 이하의 차량을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판단하기때문이다.

결국 '캐딜락 리릭'의 극심한 판매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애매한 포지션에 있는 것이다. 일반 서민이 사기에는 가격 메리트가 전혀없고, 그렇다고 가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자들이 선택하기에는 럭셔리한 레벨이 아니다.

이런 흐름이라면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애매한 가격대에 걸쳐있는 미국의 전기차들은 동일한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넓게보면 미국 정부가 자국의 거대 자동차 메이커들의 입김과 러스트 벨트 중심의 강성 미 의회 의원들의 압력으로 또 다시 기존 IRA에 큰 변화를 줄 가능성은 앞으로 얼마든지 있다.
◆모호한 IRA 기준, 미 자동차 강자들 '규정 변경' 입김 커져

현재 IRA 기준으로 본다면 GM의 요구는 '생떼쓰기'에 가깝다. SUV로 분류되기위해선 중량 등 요구 조건을 충족시켜야하기 때문이다. 외형만 SUV처럼 생겼다고 SUV가 아니다.

물론 SUV 분류를 놓고도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관련 로이터는 폭스바겐도 전기차 'ID.4'가 SUV로 분류되지 않는 반면 사륜구동 버전은 SUV로 분류되면서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포드차의 무스탕 '마하-E'가 SUV로 간주되지 않지만 포드 이스케이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SUV로 인정받고 있다. 이스케이프 모델은 휠 베이스가 짧은 데다가 마하-E보다도 가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테슬라도 모호한 IRA 적용으로 인해 최근 날벼락을 맞았다.

최근 미국 국세청은 2023년을 맞아 최대 7500달러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량 리스트를공개했는데, 여기에 7인승 버전의 ‘모델 Y’는 포함됐지만 5인승 버전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모델Y는 테슬라의 SUV 차종이다. 그러나 미 국세청은 5인승 ‘모델Y’가 SUV 자격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세액 공제가 가능한 가격 상한선을 넘어선다는 이유로 IRA혜택 배제를 결정했다.

미국은 ▲6000~14000파운드의 차량 총 중량 ▲접이식 플랫 3열시트 유무 등을 기준으로 SUV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의 5인승 '모델Y'의 무게는 4403파운드로 규정보다 훨씬 가볍다.

이에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SUV를 너무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불이익을 받는 다니 이상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전기차 배터리 헤택'위한 IRA 세부 가이드라인도 3월로 연기

지난달 미 재무부는 전기차(EV) 배터리의 필수 소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당초 올 1월부터 적용할려고 했지만 3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하 바 있다.

당초 미국은 FTA(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로부터 배터리 원료를 조달하는 것에 대해 IRA 혜택을 부여한다는 게 당초 입장이었지만 정작 FTA 대상 국가가 협소해 조달이 원할하지 않을 것을 염려해, 이를 확대하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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