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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⑤] K배터리 놀라운 수주 행진…"내수 없어도 中 밀어낸다"

김도현

‘생존’이 화두다. 2023년이 밝았지만 IT산업계를 둘러싼 거시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경기쇠퇴’(Recession)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IT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과감한 제도적 혁신도 요구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이라는 담론과 함께 디지털데일리는 2023년 신년기획으로 ‘IT산업, 생존의 경제학’을 주제로 IT산업계의 생존 해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처럼 배터리 산업도 기업 간 경쟁에서 국가대항전으로 확장하는 분위기다.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중국 유럽에서는 자국 생태계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국은 태생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으나 국내 2차전지 관련 회사들에 러브콜이 쏟아지면서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한국 배터리 3사의 존재감은 글로벌 공급망(GVC)에서 압도적이다. 이는 10년 이상 축적한 노하우로 빚은 기술력과 생산성에서 비롯된 결과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합산 수주잔고는 700조원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2023년에는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측면에서도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3사 지난해와 올해 매출을 ▲LG에너지솔루션 25조3000억원과 35조8000억원 ▲삼성SDI 20조1000억원과 25조3000억원 ▲SK온 7조6000억원과 11조5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이에 따라 3곳의 연간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에서 5조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지난해는 CATL를 비롯해 BYD, CALB, 궈쉬안, 선우다 등 중국 업체들이 일제히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면서 강세를 보였다. 이들의 총 점유율은 60%를 상회한다. 이는 중국이 자금 지원을 앞세워 내수 시장을 키운 데서 비롯됐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11월 한국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23.1%로 전년동기(30.6%)대비 7.5%포인트 떨어졌다.

실적 전망에서 알 수 있듯 올해부터는 다른 흐름이 예상된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집중 투자 중인 미국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것이 플러스 요인이다. 삼성SDI도 가세할 예정이어서 수혜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현지 진출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이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정책 완전 폐지를 결정하면서 국내 기업에 직간접적인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각각 북미와 중국을 장악한다면 승부처는 유럽이다. CATL 등이 유럽으로 향하면서 정면 돌파에 나선 상태다. 다만 유럽연합(EU)판 IRA인 원자재법(CRMA)이 발효되면 우리나라에 좀 더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K배터리의 경쟁력은 경험이다. 선제적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를 통해 ‘황금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에 도달했거나 가까워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먼저 글로벌 무대에 뛰어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일정 수준 올라왔다면 후발주자 SK온은 꾸준히 수율을 높여가는 추세다.

참고로 배터리는 크게 전극 – 조립 – 화성 공정을 거친다. 이중 전극 공정은 기본 성분인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단계다. 이때 다양한 물질이 섞이고 코팅되고 발리는 등 작업을 거치는데 나라마다 온도, 습도 등 조건이 달라 현지화하는 것이 어렵다는 후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수행할 전문인력을 현지에서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경우 한국 공장을 ‘마더팹’으로 두고 이를 토대로 현지 조기 안착화하고 있다. 인력에 대해서는 기존 핵심 인재가 현지에서 중심을 잡고 해외 작업자들을 정기적으로 국내로 불러 교육하는 시스템으로 필요 인원을 채워나가고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모든 사업장을 스마트팩토리로 구축해 인건비 등 비용은 줄이면서 전수검사, 공정 자동화 등을 통해 효율은 높일 방침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일정 규모를 갖추지 못한 배터리 제조사는 도태되고 어느 정도 등락을 버틸 수 있는 회사들만 남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이미 중국, 유럽 등 신생 업체는 사업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3사는 대기업 계열사인데다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기 때문에 전폭적인 지원 아래 생존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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