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 시대 맞은 배터리…장비 업계, M&A로 새 판 짠다
- 규모의 경제 확보·제품 라인업 확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코로나19 국면에서 주춤했던 배터리 산업이 지난해부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25년 배터리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신공장 공사가 이뤄지면서 제조 설비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분주한 상황이다.
문제는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선투자 규모가 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회사가 나타나는 점이다. 기술이 있어도 자금, 인력 등이 부족해 고객 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것이다.
배터리 장비 분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대비 선급금 비중이 낮아 제조사에 초기 비용 부담률이 높은 편이다. 또한 장기적인 공급망 불안정으로 계약 일정이 달라지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예상보다 많은 설비를 보유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때 공장 임대 또는 확보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유럽 등 신생 배터리 기업은 특정 협력사가 라인 전체를 구축하는 ‘턴키 계약’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장비사가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2023년 배터리 시장 규모는 100조원 내외다. 지난해 1000만대를 돌파한 전기차 대수는 올해 1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자동차에서 전기차 비중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서게 된다.
수요에 맞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는 물론 중국, 일본, 유럽 등 배터리 제조사가 경쟁적으로 생산라인을 설립하고 있다.
배터리 장비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이 활성화한 건 10년이 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설비 업체 규모가 작았고 다른 업종에서 넘어온 경우도 많다”면서 “생산능력(캐파)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술과 자본을 모두 갖춘 곳이 적은 편이다. 둘 중 하나만 갖춘 회사끼리 합치거나 둘을 확보한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흡수하는 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수 사례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원익그룹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0년 10월 피앤이솔루션(현 원익피앤이)을 인수해 배터리 장비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2021년 9월 테크랜드·12월 엔에스, 2022년 3월 삼지전자를 순차적으로 품으면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이중 규모가 큰 원익피앤이는 화성 공정, 엔에스는 조립 공정이 메인이다.
참고로 배터리는 전극 - 조립 - 화성 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각각 요약하면 전극은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조립은 극판을 밀봉하고 전해액을 주입, 화성은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원익피앤이는 “고객사 투자 규모가 군소 업체는 감당 안 될 정도로 커졌다. 올해와 내년 상당 부분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체급을 갖춘 장비사만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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