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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⑫] 경기침체 파고, 전방위 규제…플랫폼 생존전략은?

이나연
‘생존’이 화두다. 2023년이 밝았지만 IT산업계를 둘러싼 거시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경기쇠퇴’(Recession)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IT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과감한 제도적 혁신도 요구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이라는 시대적 담론과 함께 디지털데일리는 2023년 신년기획으로 ‘IT산업, 생존의 경제학’을 주제로 IT산업계의 생존 해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온라인 플랫폼을 향한 정부의 규제 칼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거치며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급성장한 플랫폼들에 대한 옥죄기가 본격화하자 업계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다. 불안정한 대내외 정세 속 규제 강화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플랫폼업계에 다시 먹구름이 꼈다.

11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일어난 카카오 먹통 사태를 기점으로 온라인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먼저 제2의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카카오먹통방지법’이 지난달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카카오 사태로 힘 실린 공정위발 규제 압박=국내외 거대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독과점 규제 필요성을 꾸준히 피력하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도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 지난달 공정위는 임시조직이었던 온라인플랫폼팀을 확대 개편한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신설했다. 주요 업무는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해소, 경쟁 촉진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플랫폼만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도 제정 중이다. 지난해 연말에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관계부처 협의를 위해 제정 일정은 올해로 미뤄졌다. 해당 지침에는 ▲플랫폼 시장 지배력 평가 기준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플랫폼 기업 독과점을 규율하기 위한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판단에 참고할 준칙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업계가 계속 예의주시하는 사안 중 하나다.

플랫폼 기업결합(M&A) 심사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있는 기업결합은 간이심사에서 일반심사로 기준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일각에서는 앞서 업계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이른바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역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플랫폼 시장 전망은 ‘흐림’…새로운 성장 동력 절실=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올해 시장 상황을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플랫폼업계가 염려하는 바는 규제 및 제재 대상으로서 법을 지키다 보면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리는 일이 빈번해진다는 지점이다.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플랫폼 자율규제 방침이 적용되면서 기업들엔 굉장한 기회이자 환영할만한 일이었다”며 “여전히 정부가 자율규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긴 하나, 플랫폼만을 특정한 여러 규제가 진행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또한 “다양한 규제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에 당연히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스타트업 분야는 투자 혹한기인데 플랫폼 전체를 겨냥한 규제가 신규 플랫폼들의 진입장벽이 될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규제는 빅테크를 대상으로 하지만, 한국은 규제 논의에 오르는 기업을 국내외 빅테크로 한정 짓지 않고 시장 전체에 확대 적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서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위축된 업계 분위기를 타개할 나름의 생존전략이 절실해졌다. 대형 플랫폼부터 스타트업까지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업계 지론이다. 최성진 대표는 “결국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며 “기존 플랫폼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고민하거나 다른 영역에서 시도를 반복하는 것이 업계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규제당국이 소위 ‘규제를 위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만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 점유율이 큰 거대 사업자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까지 온라인플랫폼으로 한 데 묶이다 보니 시장 독과점을 해결하려다 자칫 스타트업 성장까지 막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스타트업은 투자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만큼, 규제 확산으로 관련 리스크가 커진다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추가 투자를 멈춰 시장 전반이 침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를 선언하면 어느 기업이든 속수무책이 된다”며 “대기업들도 이에 대항하는 게 쉽지 않은데 모래알같이 흩어져 있는 스타트업들은 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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