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소재·부품 생태계 안정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공급망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차원이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 일본 의존도가 높던 품목에 대해 국내 협력사와 함께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장비회사들에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PLC는 반도체, 2차전지 등 제조설비를 움직이고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되는 부품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수요공급 불균형이 발생한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 부문에서는 일본 미쓰비시 PLC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한다. 장비업체들은 90% 내외로 추정한다.
미쓰비시 의존도도 리스크 요인지만 수요에 맞춰 생산량이 늘어나지 않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미쓰비시 입장에서는 PLC가 주력 제품이 아닌데다 미래 물량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리드타임(주문부터 납기 기간)은 기존 6개월에서 2~3배 길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대안은 독일 지멘스, 프랑스 슈나이더 등이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일부 장비 제조사에 지멘스 PLC 사용을 권하고 있다. 다만 기존 설비와 호환, 규격 변경 등이 해결과제다. 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사가 머리를 맞댄 상태다.
또 다른 협업 사례는 파우치 배터리 필름이다. 이 제품은 배터리 외부를 감싸서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내용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 쇼와덴코, DNP 등이 70~80%를 담당한다.
농심그룹 계열사 율촌화학이 성과를 냈다. 율촌화학은 지난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전후로 파우치 배터리 필름 생산에 도전했으나 난도가 높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과 전방위적인 협업으로 양산화에 성공했다.
작년 9월 율촌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와 1조4872억원 수준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일부터 공급 개시했다.
배터리 원가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 조달처도 다각화해나가고 있다. 과거 일본 니치아 비중이 높았다면 현재는 LG화학,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 등으로 넓혔다. 점차적으로 국산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포스코케미칼과는 인조흑연 음극재 국산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부 공정에 대한 상세 가이드를 제시하고 샘플 테스트 이후 지속 피드백을 제공하는 등 협업했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기존 천연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 충전 속도 등에서 유리한 소재로 일본, 중국 비중이 높았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12월 얼티엄셀즈와 9393억원 규모 인조흑연 음극재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올해부터 납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권영수 부회장이 온 뒤로 LG에너지솔루션 공급망에서 여러 변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역할이 늘어난 협력사도 줄어든 협력사도 나타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