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K반도체위기②] 韓에선 '재벌특혜', 美에선 '삼성 하이웨이'

김도현

- 국내 반도체 수출 6개월 연속 부진
- ‘K칩스법’ 2월 임시국회 통과 불투명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우리나라 수출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계가 비상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업황 부진이 본격화한 탓이다. 올해는 더욱 부정적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해외 경쟁사 대비 부족한 지원 속에서 반도체 겨울을 나고 있다. ‘반도체 방패(실리콘 실드)’라는 개념이 등장할 만큼 국가 안보적으로도 중요한 산업이지만 정작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6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2023년 반도체 시장 매출이 5417억달러로 전년(5761억달러)대비 5.9%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력인 메모리 매출은 1014억달러로 전년보다 24.0%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관세청은 올해 1월 1~10일 반도체 수출액이 20억47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9.5% 하락했다고 밝혔다. 해당 수치는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인데다 작년 11월과 12월은 각각 28.6%, 27.8% 줄었다. 이달까지 3개월째 30%에 육박하는 낙폭을 나타낸 것이다.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반도체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3일 기획재정부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2023년 한정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 투자 증가분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 등을 제공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올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까지 세제지원을 받게 됐다. 기본 공제율이 주요국 대비 낮고 인력 육성 관련 지침 등이 들어가지 않은 점은 아쉬우나 관련 협회와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관건은 해당 정책이 얼마나 빠르게 실현될 수 있는지다. 우선 야당의 반대를 넘어서야 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 동의가 없다면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앞서 민주당은 재벌 특혜 명분을 내세워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10%로 제한할 것을 주장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대해서는 “전체적 균형 속에서 연관관계를 보면서 결정할 사안이지 즉흥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 발언 이후 갑작스럽게 변경된 점을 꼬집었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조특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안이 확정되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논란 등으로 국회가 어수선한 시점이어서 조특법 등 ‘K칩스법’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경계현 사장 SNS 갈무리
삼성전자 경계현 사장 SNS 갈무리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신속한 입법화를 위해 국회 차원 지원이 필수적”이라면서 “여야가 합심해 이번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키기를 바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세계 각국은 자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진심이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인센티브를 내세워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공장 건설을 유치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생산라인, 연구개발(R&D)센터 등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미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신공장을 짓고 있다. 이에 테일러시를 관할하는 윌리엄슨 카운티는 부지 앞 도로를 ‘삼성 하이웨이(Samsung Highway)’라 명명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대만과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만은 R&D와 첨단 공정에 투자할 경우 비용을 25%와 5% 감면해주는 내용이 담긴 ‘산업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은 대만 TSMC가 자국 내 짓는 공장 설립하는 비용 절반 가까이를 지원하는 등 반도체 부활에 사활을 걸었다. EU 역시 인텔, TSMC 등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산업을 견인해왔다면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힘을 보태야 한다. 반도체 시장은 더 이상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대항전”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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