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정쟁 속 외면받은 K반도체…尹 대통령 질책에 힘 실릴까 [종합]

김도현

- 기재부, 시설투자 세액공제 두 자릿수로 상향 예고
- 반도체 업계, 분노→안도의 한숨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지원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당초 예상보다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정책이 국회 문턱을 넘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부응했다.

세수 감소 등을 내세워 미미한 세제 혜택 확대를 고수해온 기획재정부도 입장을 달리했다. 야당이 결단을 내리면 업계 기대치를 일정 부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해 첫 반도체 수출 현장을 찾아 “지금보다 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여야 할 것 같다. 기본 두 자릿수는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지난해 12월30일 윤 대통령의 지시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윤 대통령은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은 국가 안보 자산이나 산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특위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작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20%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여당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중견기업은 8%에서 25%, 중소기업은 16%에서 30%로 올리자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 일본 대만 유럽 등이 자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막대한 지원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하지만 개정안은 수개월째 계류하면서 업계에서는 우려가 확산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난달 23일 여야는 대기업만 6%에서 8%로 상향하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유지하는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관련 법안은 4개월 동안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깜깜이 심사’로 마무리됐다는 후문이다. 결정적으로는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야당(대기업 10% 주장), 세수 부족 우려를 낸 기재부 등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 통과 즉시 양 의원은 물론 경제계에서는 일제히 반발했다. ‘8%는 전진이 아니라 후진이다’ ‘한국 반도체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등 의견이 쏟아진 가운데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아울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주요 반도체 투자 계획이 행정절차 지연, 지역주민 반발 등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우리나라 반도체에 대한 걱정이 증폭됐다.

이후 윤 대통령의 유감 표시가 나왔고 기재부는 이번주 중으로 개선된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법인세율이 1%포인트 인하에 그친 것에 대해서도 야당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및 투자 확대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지 못했다”고 역설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경쟁사 대비 법인세 부담이 큰 것으로 파악되면서 장기적으로 관련 내용을 완화하는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대한민국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6839억5000만달러, 7311억8000만달러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427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다. 이 와중에 반도체와 2차전지, 자동차, 석유제품 등은 역대 최고실적을 나타냈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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