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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생존기③] 영토 확장하는 OTT…정부지원 절실

백지영

OTT업계의 춘추전국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 한해 치열한 밥그릇 싸움 속에서 수익을 낸 OTT는 글로벌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유일했다. 일각에선 지금의 추세라면 10년 내 OTT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엔데믹에 본격 돌입하면서 OTT 가입자의 증가세가 이미 크게 둔화한 가운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OTT의 시도와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도 끝이 나면서 올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의 키워드는 ‘생존’이 됐다. 성장 둔화에 직면한 OTT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글로벌 진출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국내 OTT 시장 규모는 한정돼 있고, 글로벌 OTT들의 시장 공세는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는 해외로 활로를 넓히는 것. 그동안 해외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려온 국내 OTT로서는 올해가 사실상 해외진출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국내 OTT사업자들은 저마다의 전략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다. CJ ENM의 티빙은 지난해 미국 OTT 플랫폼인 파라마운트+와 제휴를 택했다. 직접 계약보다는 공동제작 등을 통해 우수한 K-콘텐츠를 먼저 해외에 알린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파라마운트는 이미 티빙 오리지널 ‘욘더’에 공동 투자, 파라마운트+를 통해 전세계에 선보인 바 있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지난해 미주 지역 OTT 플랫폼 ‘코코와’ 인수를 발표했다. 코코와는 웨이브아메리카가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그 전신은 지난 2016년 지상파3사가 합작 설립한 코리아콘텐츠플랫폼이다. 이후 웨이브의 모회사인 SK스퀘어가 지난해 이 회사의 지분 20%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웨이브아메리카로 변경한 바 있다.

웨이브는 이번 인수로 웨이브아메리카의 지분 총 40%를 확보하면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코코와는 현재 미국·캐나다·멕시코·브라질 등 주요 미주지역 30여개국에 K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글로벌 OTT 사업자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해외진출은 쉽지 않은 문제다. 국내 OTT의 해외진출 시 단순히 K-콘텐츠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철저한 콘텐츠 현지화 전략은 물론이고 체계적인 정부지원을 통해 내수시장에서의 힘을 키우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출처: 이상원 경희대학교 교수
출처: 이상원 경희대학교 교수

◆로컬 콘텐츠 융합 전략 등 현지화 전략 세워야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OTT의 해외시장 진출 성패는 ▲콘텐츠 전략 ▲고객 경험 ▲마켓플레이스 접근 ▲데이터 분석 ▲네트워킹 등 5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먼저 지리적·문화적·언어적 접근성이 높은 우호적 국가에 우선 접근하고 오리지널 및 로컬 콘텐츠 등 현지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개인화 추천시스템, 사용자경험(UX) 고도화, 번역·자막 서비스 강화 등 고객경험을 높이는 한편 현지·글로벌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 또는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콘텐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전략적 제휴와 현지화 전략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주요 키워드다. 전세계 190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해 9월 기준 해외 가입자 비율이 70.1%를 넘어서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미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해외 시장 맞춤형으로 리메이크하는 한편 현지 콘텐츠 제작사 제휴를 통해 시장 맞춤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적하고 이를 전세계에 개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지 특색이 강한 콘텐츠를 선호하는 남미, 프랑스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이후 번역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자막과 더빙 등을 현지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에 국내 OTT 사업자들 역시 한류 확산지역에서 현지 방송·통신사업자와 공동제작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한 콘텐츠 융합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문화적 할인(culture discount)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콘텐츠 현지화 전략, 현지 콘텐츠와 한류 콘텐츠의 융합, OTT 콘텐츠와 음악·게임과 같은 한류 콘텐츠를 결합해 판매하는 상품전략 등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통신사들과 OTT과의 상품결합과 같이 구독료 결제방식의 현지화도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겨우, 방송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낮은 수준인 점을 감안해,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FAST)과 함께 제공해 광고 매출을 높이는 방안 등도 제시된다.

이상원 경희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플랫폼 피콕(Peacock) 사례처럼 FAST를 함께 제공해 이용자 선택의 폭을 넓히거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대부분이 실시간 채널을 제공하고 있지 않은 만큼, 현지 방송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화 추천시스템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고객경험을 향상시키는 것도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공을 위한 주요 키워드다. 넷플릭스의 경우, 시청자의 성향과 선호도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콘텐츠 현지화에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네덜란드에 진출할 당시 네덜란드의 불법 파일 공유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프리즌 브레이크’임을 파악하고 네덜란드 방영권을 구매했다. 또, 해외진출국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고객 지원을 목적으로 총 26개국의 언어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한편 IT인프라 측면에선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현지 서버 구축 등에 대한 우려는 적은 편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등 일부 인프라를 제외한 자사의 모든 시스템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전환하며 해외 시장 진출이 용이했다. 티빙, 웨이브와 같은 국내 OTT들도 이미 자사 시스템을 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등을 활용하며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비해왔다.

◆본체부터 튼튼하게…경쟁력 강화 위한 정부지원 필요

이와 함께 해외 진출에 앞서 자국 가입자 기반의 안정적인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그러기 위해선 국내 OTT사업자의 경쟁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콘텐츠 세액공제 및 지원예산 확대, 미디어 정책 컨트롤타워 수립, 글로벌 진출 진흥기구 통합 등이다. 콘텐츠 지원 외에 OTT 플랫폼 자체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국내 OTT 활성화 방안으로 언급된 내용 중 OTT 콘텐츠 세제지원은 지난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당장 올해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콘텐츠를 직접 제작한 외주사만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제작비 세액공제 비율도 중소기업은 10%, 중견기업은 7%, 대기업은 3%로 20~30% 수준인 해외와 격차가 큰 만큼, 업계에선 이를 글로벌 수준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근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비율이 2차례에 걸쳐 약 2배로 공제율이 상향조정이 추진된 만큼, 국가전략산업인 OTT·콘텐츠 사업도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광고·협찬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재원 확보와 방송보상금 제도 확대를 통해 동일 서비스에 대한 차별적 규제의 개선, 합리적인 음악저작권 사용료 산정 등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이 OTT 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해외 이용자로의 확장을 위한 제반 서비스 기술지원 확대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현지화를 위한 자막 및 더비 재제작 지원 사업이나 딥러닝·AI 기술을 통한 자동자막 변환 사업, 콘텐츠 큐레이션 기술과 UX고도화 등을 지원 등이 거론된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과 OTT 해외 진출 시 컨설팅이나 무료법률 자문, 지적재산권(IP) 보호지원과 국제 분쟁 예방 등의 지원도 요구된다.

정부도 올해부터 OTT의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에도 적극 나선다. 올해 정부의 OTT 관련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876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18억원, 방송통신위원회에 6억원이 책정됐다.

문체부는 OTT 특화 콘텐츠 제작과 국제방송영상마켓 참가를 지원하고, 과기정통부는 OTT 국제교류, 해외거점 지원에 집중한다.

특히 과기정통부의 경우, OTT의 해외 진출을 경쟁력 확보의 관건으로 보고 ‘글로벌 OTT어워즈(가칭)’을 만들어 초기 해외진출 촉진하고 콘텐츠 지속 수급 등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매년 10월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연계, 글로벌 OTT 어워즈를 개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6개 해외IT지원센터를 비롯한 해외거점을 통해 현지시장조사, 네트워킹 등을 제공해 초기에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고, 현지화 지원을 위해 자막제공이나 더빙, 이를 자동화하는 AI 기술 등을 발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통위는 해외 OTT 시장, 이용행태 조사, 국제 OTT포럼 개최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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