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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확률형 아이템’ 집중 공세…게임사 “나 떨고 있니”

왕진화
-공정위, 온라인 게임업체의 확률 조작 등 집중 점검 예고
-국회 문체위, 오는 30일 법안소위서 게임법 개정안 심사 예정
-게임사, 신작서 ‘확률형 아이템’과 헤어질 결심…하지만 아직도 만연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꺼질 듯 꺼지지 않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연초부터 게임사를 옥죄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온라인 게임업체 확률 조작에 칼을 빼들었다. 날이 갈수록 국회도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30일 국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에서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의무 공개가 주요 골자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확률 조작’ 지목한 공정위…업계 전반 살핀다=공정위는 지난 26일 온라인 게임업체의 확률 조작 등을 집중 점검하며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소비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2023년 공정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공정위는 게임 관련, 지난해 8월 업무보고에 디지털 플랫폼 분야의 기만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게임에 대한 내용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관심 분야(게임 아이템·명품 거래 등) 불공정행위 시정’이란 문구를 포함시킨 게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 업무보고는 다르다. 집중 점검 대상으로 온라인 게임업체를 지목하고, 이들의 확률 조작을 면밀히 살펴볼 방침을 밝히면서, 압박 수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법무부도 민법에 디지털콘텐츠계약법(디콘계약법) 도입을 추진하며 확률 정보 거짓 제공, 확률 조작 등과 같이 거래 관념상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기능과 품질에 미치지 못하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해 적절한 법적 책임을 묻게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확률 조작, 집중 점검이란 말이 세게 느껴지겠지만 그만큼 게임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집중 모니터링해 살핀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업무보고 단계다 보니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없으나 (게임업체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비롯해 게임 아이템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발생 때 종합적으로 더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게임 등 4차산업에서 이뤄지는 인수합병(M&A)는 전후방산업 파급 효과 및 소비자 후생 등을 종합 고려해 심사하거나, 게임 업종의 불공정한 용역 하도급 관행을 점검할 계획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 이번엔 통과 유력?=
이처럼 공정위가 게임 이용자 보호를 위해 확률 조작 점검에 나선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 정보 법제화 관련 요구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작 및 극도로 낮은 확률에 뿔난 ‘겜심’은 국회로 향했고, 국회도 게임 이용자 보호를 위해 나선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30일 법안소위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상임위 전체회의 의결과 법제사법위원회 및 국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다만 지난해 12월20일 법안소위 개최, 당시 소속 의원 9명이 의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문턱을 넘기지 못한 바 있다. 게임법 개정안에는 게임사가 확률 조작을 의심 받아 조사를 받을 시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당시 김윤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확률형 아이템 법적규제가 과잉규제라며, 법제화에 신중해야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규제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할 것인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일부 학계나 전문가 사이에서도 자율규제로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규제로 인해 기업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또한 게임사도 선제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중심에서 벗어나 이용자 친화적인 비즈니스모델(BM)을 신작에서 선보이고 있다. ‘카트라이더:드리프트’ ‘라그나로크X’ ‘대항해시대 오리진’ 등 일부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게임 진척도를 통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배틀패스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앱마켓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게임들은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을 주요 BM으로 채택하고 있어, 이용자 신뢰도를 높이고 확률 조작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낡은 게임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에 이번 법안소위 심사는 지난 번과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법 개정안은 도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게임산업은 물론 게임 이용자 권익도 보호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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