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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위 애플도 ‘털썩’…차이나 리스크에 4년만에 역성장 [종합]

백승은
- 작년 4분기 아이폰 매출 657억 달러, 전년비 8%↓…시장 전망치도 6년 만에 하회
- 2022년 애플 기기 20억대…전년비 2억대 상승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미국 시가총액 1위 애플도 무너졌다. ‘차이나 리스크’에 아이폰 생산이 막히며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폰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맥 판매도 역성장했다.

2일(현지시간) 애플은 2022년 4분기 매출 1172억달러(약 143조 9333억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5% 하락한 수준으로, 201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의 전망치인 1211억달러(약 148조 7471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애플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영업이익은 299억9000만달러(약 36조 8307억원)로, 전년동기 349억달러(약 42조 8676억원)에 비해 약 13% 하락했다.

◆피하지 못한 中 리스크…서비스·아이패드만 ‘선방’

애플의 실적 부진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촉발했다. 특히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폭스콘 정저우 공장이 문을 닫으며 큰 영향을 입었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위치한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전체 아이폰 출하량의 80%를 담당할 만큼 핵심 아이폰 생산지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14프로’ ‘아이폰14프로맥스’의 경우 전체 중 85% 이상을 생산할 정도다.

작년 10월 정저우 지역에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당국은 봉쇄령을 실시했고, 이에 공장도 일정 기간 폐쇄됐다. 공장 노동자들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노동력 부족도 겹쳤다. 상황이 악화하자 애플도 ‘아이폰14프로 및 아이폰14프로맥스 출하량이 기존 예측보다 감소해 수령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공지를 내놓기도 했다. 애플이 직접 배송 지연 공지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애플은 매년 3분기 그 해 플래그십 아이폰을 공개하고,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한다. 한 해 아이폰 출하량의 30~40%가 4분기에 몰린다. 지난 2021년 역시 아이폰 출하량 2억3570만대 중 36%인 8490만대는 4분기에 집중됐다. 그렇지만 지난해 하반기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 사태가 발목을 잡았고 아이폰과 웨어러블, PC 판매 모두 내리막을 걸었다.

달러 강세, 즉 ‘강달러’ 역시 매출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 애플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강달러가 없었더라면 애플은 더 성장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기간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경우 657억7500만달러(약 80조8374억원)로, 전년동기대비 8% 줄었다.

웨어러블 및 액세서리 부문은 135억달러(약 16조 5915억원)로 전년동기대비 8% 줄었다. 맥 PC의 경우 77억달러(약 9조 4602억원)로 전년동기대비 29% 급락했다.

다만 앱스토어와 애플TV 플러스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 사업 매출은 208억달러(약 25조559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8% 올랐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아이패드 역시 신제품 출시 효과로 94억달러(약 11조 7488억원)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30% 늘었다.

◆1분기도 전년비 5%↓ 하락…그럼에도 “공급망 탄력적”

올해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애플은 지난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이후로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날 실시된 컨퍼런스콜에서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1분기 실적 또한 전년동기대비 5%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언급했다.

그렇지만 중국 봉쇄가 해제되며 아이폰 공급 역시 수월하게 이루어져 아이폰 매출 실적 둔화 폭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공급 부족 문제는 지난 3년 동안 코로나와 칩 부족 사태 등으로 꾸준히 발생했으며 (가장 최근에도) 공급 부족11월 초부터 12월에 걸쳐 일어났다”라면서도 “애플은 글로벌 3개국에서 아이폰을 조립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탄력적인 공급망을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애플은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애플 기기가 총 20억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작년 1월 실적발표 당시 18억개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한 해에 약 2억대가 늘어난 수준이다. 애플은 이를 통해 구독 서비스와 같은 부문 매출이 더욱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 시장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특히 인도 시장에서의 성장을 강조했다. 애플은 “인도에서는 분기별 수익 기록을 세웠고, 매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라며 “지난 2020년 온라인 매장을 론칭했고, 곧 소매점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애플은 빅테크 기업 중 유일하게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이날 애플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고용 속도를 늦춰 대응 중”이라고 말했지만 해고와 관련한 발언은 없었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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