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K-SF ‘정이’에 담긴 2135년은 이렇게 그려졌다
- 엔진비주얼웨이브 VFX 프리프로덕션 본부 나일환 이사·VFX 슈퍼바이저 본부 정황수 이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2135년 ‘인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세계관과 캐릭터의) 컨셉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습니다.” (VFX 프리프로덕션 본부 나일환 이사)
넷플릭스의 K-SF(공상과학) 영화 ‘정이’가 연일 화제다.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한국을 포함한 총 80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오르는 등 전세게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정이’의 흥행은, K-콘텐츠들의 이어지는 성공 속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K-콘텐츠는 할리우드에서 소위 ‘B급장르’라고 하는 좀비물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처음 이름을 알린 가운데, 할리우드의 메인장르로 통하는 SF에서도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실제 ‘정이’는 콘텐츠 업계에서 “한국 SF 장르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F의 고전적인 클리셰를 따라가지 않는 전개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일등 공신에는 역시나 시각특수효과(VFX)가 꼽힌다.
이에 <디지털데일리>가 ‘정이’의 VFX를 총괄한 ‘엔진비주얼웨이브’의 VFX 프리프로덕션 본부 나일환 이사·VFX 슈퍼바이저 본부 정황수 이사를 만나 ‘정이’의 제작 비하인드에 대해 들어봤다.
◆ 수중도시는 어떻게 생겼을까…컨셉 디자인부터 시작하는 VFX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정이’는 과거 전설의 용병이었던 ‘윤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인공지능(AI) 전투 용병 ‘정이’를 개발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자 인류는 지구와 달의 궤도면 사이에 80여개의 쉘터를 건설, ‘정이’는 이 쉘터 간 발생한 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해 개발된 AI전투 용병이었다.
2135년, 인간과 구별되지 않는 수준으로 발달한 복제 뇌를 가진 AI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영화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먼 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음에도 불구, ‘정이’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관람객에 현실감 있게 와닿는다.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설계함과 동시에, 이런 세계관을 VFX 기술을 활용해 설득력 있게 구현해낸 덕이다.
감독과 연출팀이 초기 세계관 설정에 중요한 메인 공간들에 대한 컨셉과 동선 등을 설명하면, 이를 토대로 전반적인 비주얼 디벨롭을 진행하는 것은 VFX 제작팀의 몫이다.
예컨대, 과거 고층건물이 밀집된 도심이었지만 지금은 물에 잠긴 수중도시가 컨셉이라 한다면 VFX 제작은 ‘물에 잠긴 미래의 수중도시는 어떤 자원을 어디서 수급할 것인가’에 대한 상상에서부터 출발한다. 물에 취약하지 않은 플라스틱 소재의 로봇을 고안해내는 것에서 시작해, 물에 녹슬지 않는 자원이 부족해지면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암시장이 존재할 수 있겠다는 세계관의 빌드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노입자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달한다는 ‘정이’만의 컨셉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디자인됐다. 극중 시뮬레이션에서 패한 ‘정이’는 폐기되는데, 폐기 전 뇌로부터 알 수 없는 액체를 추출한다. 윤정이의 전투에 대한 기술과 경험 등 복제된 뇌 데이터가 담긴 나노입자 액체다. 이는 인간의 세포와 뉴런 그리고 몸을 타고도는 적혈구와 혈액의 기능에서 착안, 여기에 이미 존재하는 유사관련 기술 등을 접목해 컨셉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나 이사는 “초기에는 철판 소재의 메모리 디스크를 끼우는 설정이었으나 ‘인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기반으로 컨셉을 수정했다”라며 “이에 철판 코일 같은 것이 뭉쳐있는 듯한 뇌의 외형을 제작하고 갈륨이라는 액체 금속을 주입하는 형식으로 작동하는 디자인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는데, 갈륨이 이동성 있는 액체 금속이다 보니 이 물질이 뇌 공간을 타고 움직이면서 그 입자들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귀띔했다.
<인터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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