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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정이' VFX의 핵심은 현실감…"모두가 공감하는 콘텐츠 필요"

강소현

- 엔진비주얼웨이브 VFX 프리프로덕션 본부 나일환 이사·VFX 슈퍼바이저 본부 정황수 이사

- 엔진비주얼웨이브 VFX 프리프로덕션 본부 나일환 이사·VFX 슈퍼바이저 본부 정황수 이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인터뷰①] K-SF ‘정이’에 담긴 2135년은 이렇게 그려졌다에서 이어집니다.)

엔진비주얼웨이브는 영화 ‘정이’에서 현실감 있는 컨셉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SF 영화라고 무조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야만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큰 틀이 달라진다면 개성은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현실성이 결여되면 오히려 관객의 몰입감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영화 ‘정이’ 컨셉 디자인은 현대에서 이미 구현 가능하거나 곧 구현될 기술적 토대 위에서 진행됐다.

나일환 이사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쉘터의 디자인은 1960~70년대부터 과학계와 NASA에서 고안된 전통적인 디자인의 방식(건담·스페이스오디세이 등에서 소개된 우주정거장의 형태)을 차용했다”라며 “아마 영화 ‘엘리시움’도 그런 방식의 접근이었을 거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풀CG로 구현된 '안드로이드 정이'…"모든 컷이 도전이었다"

다만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현실감 있게 구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영화의 모든 컷이 도전이었다. 웬만한 영화에선 메인캐릭터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를 가진 수십종의 로봇이 영화의 단 한 컷만을 위해 디자인되고 제작됐다.

특히 극중 주인공인 ‘정이’의 안드로이드 버전은 풀 컴퓨터그래픽(Full CG)으로 구현된 가운데, 움직임과 감정 등을 최대한 현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재료와 질감 등 캐릭터 디자인에서부터 무척 신경 썼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이’의 초기 컨셉을 잡을 때부터 ‘실사 정이’와 ‘안드로이드 정이’ 간 이질감이 없도록 컨셉 디자인을 병행했다. 배우가 실제 의상을 피팅한 뒤 변경이 필요한 요구사항들을 전달하는 등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이후 배우의 풀 바디 스캔(Full Body Scan)을 통해 3D로 제작하는 공정을 거쳐 영화 속 ‘안드로이드 정이’가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정황수 이사는 “처음에 주인공이 CG 캐릭터인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대해 시각효과 감독인 저 역시 자신있게 가능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당시 우리의 현실과 기술력으로는 모험이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CG 캐릭터가 감정 씬을 소화한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여전히 부담되는 부분이었다. 어색함과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카본과 메탈이 혼합된 질감에, 표정의 경우 입 움직임을 없애고 눈과 눈썹만으로 감정 표현이 가능하게끔 디자인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일환 이사는 “너무 실제 인물의 얼굴을 그대로 로봇화 한다면 오히려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기에, 배우의 생김새와 감정선을 이어가는 느낌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김현주 배우의 특징을 가장 부각할 수 있는 입모양의 날카로움과 굵은 얼굴 윤곽선만을 남겨두고 단순화하는 작업을 거쳤고, 최대한 눈빛만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눈부분의 애니메이션이 가능하도록 부품을 여러 개로 분리해 디자인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극중 ‘정이’ 역을 맡은 배우 김현주는 풀 CG로 구현된 정이의 얼굴 표정을 보고 자신과 똑같으면서도 자연스러워 놀랐다는 후문이다.

◆ 현실감 있는 VFX 가능했던 배경엔 '프리-프리 프로덕션'…타 스튜디오와의 협업도

이런 현실감 있는 VFX 구현이 가능했던 배경엔 ‘프리-프리 프로덕션’(Pre Pre-production) 단계가 있다. VFX가 과거 촬영을 마치고 난 뒤 그래픽을 추가하는 후반작업의 영역이었다면, 현재의 VFX는 최종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인 '프리-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전체적인 디자인을 함께 고민한다.

통상 콘텐츠 공정은 ▲프리-프로덕션 ▲메인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 거쳐 이뤄진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의 경우 ‘반도’, ‘지옥’에서부터 VFX 비중이 높은 콘텐츠에서 프리 프로덕션 이전에 프리-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추가해왔다는 전언이다. 최종 시나리오가 나오는 프리-프로덕션 단계 이전에 세계관의 컨셉 또는 캐릭터 디자인 등 연출자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시각화해 세계관의 개연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이런 프리-프리 프로덕션은 시간 또한 절약해 제작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스탭이 작품의 방향성을 이미지로 확인하고 접근해 후반에서 생길 수 있는 변수를 줄이고 원활한 작업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콘텐츠 공정을 엔진비주얼웨이브 홀로 책임진 것이 아닌, 엔진과 덱스터스튜디오가 함께 작업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정황수 이사는 “‘정이’는 VFX 비중이 높은 작품이다 보니 엔진과 덱스터스튜디오가 함께 양사의 장점을 살려 프리부터 포스트까지 효율적으로 시퀀스를 나눠 작업했다”라며 “이는 기존 하나의 메인 업체가 작품을 수주하고 여러 밴더사들과 일을 나눠 하는 형태가 아닌, 처음부터 양사가 메인 업체로 시퀀스를 나눠 작업한 흔치 않은 사례다. 작품의 퀄리티를 최우선으로 양사가 합심해서 만든 작품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향후 K-콘텐츠의 전망은 밝다. 하지만 안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나일환 이사와 정황수 이사는 K-콘텐츠의 지속된 성장을 위해선 콘텐츠 제작에서 진정성과 개연성이 결여된 컨셉 도출을 지양하고, 관객을 설득할 수 있도록 차근히 빌드업 해가는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일환 이사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영화 '아바타'처럼 누구나 보고 싶어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하나의 큰 맥락을 읽고 표현해 개연성과 현실성을 부여한다는 자부심으로 가치 있는 작품이 더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엔진비주얼웨이브 VFX 프리프로덕션 본부 나일환 이사와 VFX 슈퍼바이저 본부 정황수 이사.
엔진비주얼웨이브 VFX 프리프로덕션 본부 나일환 이사와 VFX 슈퍼바이저 본부 정황수 이사.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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