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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됐으니, 돈 더 내놔라"…‘추가 보상청구권’ 공청회, 쟁점은? [IT클로즈업]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지식재산권(IP)을 이미 양도한 창작자가 영상저작물 최종제공자에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 추진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개정안에서 쟁점이 될만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종제공자에 해당되는 플랫폼 사업자는 물론, 학계에서도 해당 법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계류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 '총 3건'…오징어게임이 발단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에 따르면 오는 9일 오후 진행되는 전체회의에서 국회에 발의된 저작권법 개정안과 관련 공청회가 열린다. 현재 국회에는 성일종 의원(국민의힘)안과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안, 이용호 의원(국민의힘)안 등 총 3건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모두 이미 IP을 양도한 저작자·실연자·영상저작물 저작자가 이를 최종 제공하는 방송사·극장·OTT 등 플랫폼에 수익에 비례한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도입되면 예컨대, ‘왕좌의 게임’ 작가와 감독이 이미 대가를 받고 IP를 양도하더라도 해당 작품을 유통 중인 모든 플랫폼을 상대로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넷플릭스의 IP 독점 계약방식이 화두에 오르자, 그 연장선상에서 마련됐다. 넷플릭스는 제작사에 제작비부터 해외에서의 마케팅·더빙 작업 일체를 지원하고 IP를 양도받는 계약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경우 콘텐츠 흥행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어 창작자들의 의욕을 상실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 이미 판매한 아파트, 가격 오른다고 보상해주냐…현행 법체계와 어긋나

이번 공청회는 최종 제공자에 해당하는 IPTV·OTT·케이블TV 등 플랫폼 사업자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업계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을 바로잡고자 이런 자리를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에서 첫 번째 쟁점은 콘텐츠 흥행의 기여도를 어떻게 측정하고 수치화할 것이냐다. 플랫폼 업계는 콘텐츠 성공에서 플랫폼이 기여한 부분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플랫폼이 콘텐츠 흥행 성공에 따른 수익 뿐만 아니라, 실패에 따른 리스크 역시 플랫폼이 책임져온 가운데 지금까지 콘텐츠 성공에서 창작자와 제작사가 기여한 부분만 고려됐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전문가는 “IP를 양도할 때 해당 콘텐츠가 성공할지 안할 지는 아무로 모른다. 그렇다고 이미 양도한 IP에 대해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아파트 계약을 생각하면 쉽다. 아파트를 팔고 난 뒤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고 돈을 더 받을 수 있냐?”라고 꼬집었다.

개정안이 현행 법체계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업계로부터 제기된다. 창작자는 영상 제작 단계에서 이미 제작사와 IP 활용방안과 이에 따른 추가보상 계획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계약체결 이후 권리·의무를 새롭게 정의하려면 계약 내용을 변경해야 하며, 단순히 상황이 변했다는 이유로 계약 당사자도 아닌 제3자인 플랫폼에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재산권 그리고 영업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중지급 이슈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과 저작자 간 수익배분 방식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정해진 계약기간 동안 영상물에 대해 정해진 가격을 지급하고 이용하는 ‘플랫(Flat)’, ▲매출의 일부분을 선지급하고, MG를 넘겼을 때 비례적 정산하는 ‘미니멈 개런티(MG) + 수익배분(RS), ▲매출의 특정 지분(일반적으로 제작사 7, 플랫폼 3 비율)을 제작사에 제공하는 ‘RS 방식’ 등이다. 이처럼 이미 저작자에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 추가 보상금을 청구하는 것은 이중지급에 해당한다고 업계는 말한다.

◆ 넷플릭스 겨냥한 법이었는데…"국내 창작자·플랫폼 모두 위험"

이런 쟁점들에도 불구, 양당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가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학계에선 과연 해당 개정안이 향후 콘텐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해당 개정안이 도입되는 경우 혜택을 받는 창작자는 소수에 불과하며, 콘텐츠의 다양성도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아직 구체적인 보상 가이드라인이 나오진 않았지만 콘텐츠의 흥행 성공 여부가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상대적 비인기 장르는 외면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창작자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추가 보상금을 지급해야하는 플랫폼은 투자를 축소하는 등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보상금을 받은 소수의 창작자 외 다른 창작자들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저작권법이 자사에 불리해지면 다른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국가의 법을 적용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화살은 국내 플랫폼 사업자한테만 향하게 되는 것이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최근 진행된 한 세미나에서 “제가 (플랫폼) 경영자라면 추가 보상 문제로 논란이 될 만한 콘텐츠는 최대한 내릴 것 같다. 그게 플랫폼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다양성은 약화되고 영세한 창작자들이 이용자에 접근하기도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추가 보상금 지급에 따른) 돈을 어디서든 충당해야 하니 이용가격 역시 올릴 것 같다“라며 ”이게 이 법의 재정 취지인지 확인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도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기타 산업 군의 다른 저작권자들이나 실연자들 역시 동일한 추가 보상에 대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영화 쪽에서만 논의되고 있지만 그 다음엔 유튜브·게임 등 관련된 모든 산업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법안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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