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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탁기 세이프가드, 5년 ‘태클’ 끝날까…되돌아본 삼성·LG의 고군분투 [IT클로즈업

백승은
<출처=월풀>
<출처=월풀>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지난 5년간 이어졌던 미국 정부의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이달 완전히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세이프가드는 지난 2018년 2월 가동한 후 2021년 2월까지 시행됐다가 그해 다시 2년 연장됐다.

재연장되지 않는다면 미국 현지시간으로 7일 세이프가드는 최종 종료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해당 조치에 대해 국가 간 분쟁 협의를 진행해왔다.

◆美 '월풀' 요청에 촉발, ITC ‘120만대 쿼터제’ 권고안 내놔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논란은 지난 2017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월풀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수입산 세탁기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세이프가드 청원을 제출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세탁기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점에서 봤을 때 사실상 세이프가드 조치는 한국의 두 기업을 겨냥한 조치였다.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의 반덤핑 과세를 부과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생산지를 기존 멕시코 등에서 베트남·태국으로 옮기는 우회 덤핑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정 수량 이상으로 수입하는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과세를 부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ITC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월풀은 미국 통상법에 대한 2명의 심각한 규칙 위반자(two serial violators of U.S. trade laws)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 기업이 만든 모든 세탁기에 대해 50%의 관세를 매길 것을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세이프가드가 발동할 경우 미국 산업에 오히려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 두 기업이 미국 내 공장을 운영하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대응했다.

그해 11월 말 ITC는 권고안을 내놨다. 월풀이 주장했던 ‘50% 관세’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연간 120만대 쿼터제’를 내놨다.

연간 10킬로그램(㎏) 이상 대형 세탁기에 한정하며, 한 해 수입되는 세탁기 120만대 내에서는 20%의 관세를 매기지만 이를 넘긴다면 5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세탁기 부품 역시 5만개를 넘길 경우 50%의 관세가 붙는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이 조치는 3년 동안 유효하며, 매 해 쿼터 내 관세와 줄어드는 구조다. 2년차에는 120만대 내 관세 18%, 120만대 외 관세는 45%다. 3년 차에는 각 16%, 40%로 감소한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앞세우던 미국 자국 우선주의 흐름과 맞아떨어지며 ITC의 권고안대로 미국 현지시간 기준 2018년 2월7일 세이프가드가 발효됐다.

이후 미국 정부는 2021년 2월7일(현지시간) 세이프가드를 연장했다. 120만대 쿼터제는 유지됐지만 관세는 기존보다 줄었다. 120만대 내 관세는 15%, 120만대 외 관세는 35%로 책정됐다. 부품의 경우 11만개 이상부터 35%다.

◆제재에도 시장 점유율 1·2위… 韓 정부 손 들어준 WTO

세이프가드로 인한 피해는 즉각적이었다. 2018년 1분기 대미 세탁기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45% 넘게 줄었을 정도다.

그렇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현지 세탁기 공장 가동을 통해 대응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1월부터, LG전자는 그해 12월부터 가동에 나섰다.

이후 세이프가드 연장에도 현지 생산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미국 시장 내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미국 세탁기 시장 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위와 2위다. 합산 점유율은 20%가 넘는다.

세이프가드는 최대 8년까지 발동할 수 있다. 정부 직권으로 최대 2016년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를 WTO에 제소하며 세이프가드에 대해 실체적 쟁점으로 ▲수입증가 및 산업피해가 예견치 못한 전개 및 WTO 의무로 인한 것인지 ▲산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급격한 수입 증가가 있었는지 ▲국내 산업의 범위가 적절히 설정됐는지 ▲심각한 피해의 존재가 적절히 입증됐는지 ▲인과관계의 존재가 적절히 입증됐는지 총 5개를 내놨다.

WTO는 "5개가 모두 위법하다"며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세이프가드가 종료되면 한국 기업의 시장 영향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현재도 큰 영향은 없지만, 세이프가드 종료 후에는 미국 시장에서 좀 더 적극적인 사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입을 모았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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