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적자 폭 확대 불구…1~2분기 석유·화학 선방 - 美 IRA 효과 2025년까지 4조원 전망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4분기 부진했으나 상반기 호조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최고치를 달성했다. 주력 사업으로 부상 중인 배터리는 기대와 달리 흑자전환에 실패했으나 올해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석유 및 화학사업도 올해 수요 증가로 실적 반등을 기대케 한다.
연간으로는 매출 78조569억원, 영업이익 2조2572억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년대비 66.6%와 129.6% 올랐다. 둘 다 사상 최고치로 1~2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낸 것이 이를 견인했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적자에도 기존 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했던 2008년, 2011년 대비 배터리와 소재사업의 외연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4분기로 한정하면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가 불가피했다. 석유사업은 유가하락으로 인한 재고 관련 손실, 화학사업은 아로마틱 스프레드 약세 등이 발목을 잡았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SK이노베이션은 유동적으로 생산량 등을 조절하기로 했다. 신문권 SK에너지는 “정제마진에 따라 최적의 가동률을 내려고 하고 있다. 통상 3개월 전에 의사결정을 완료하나 1~2개월 전까지 검토하면서 기민하게 대응 중”이라며 “올해 1분기 CDU 가동률은 일부 공정 정기 보수 영향으로 80%대 중반 수준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석유 사업은 2023년 코로나19 진정 및 중국 내수 수요 회복,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제품 제재 시행, OPEC+의 감산 유지 대응 등으로 견조한 정제마진이 예측된다. SK에너지는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지면서 유가와 제품 상승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학 쪽은 중국 봉쇄 정책 완화에 따른 수요 개선이 예상된다. SK지오센트릭은 “화학 공장은 평균 가동률을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특이사항은 오는 10월 중순 40일 정도 정기보수가 예정됐다. NCC부터 시작해 주요 제품군이 보수 작업에 돌입하는 것을 제외하면 평균 가동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도 최대 관심사는 배터리였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조8756억원, 영업손실 256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의 경우 신공장 가동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역대 분기 최대치를 찍었으나 영업이익은 고정비 확대 등 영향으로 적자가 1220억원 늘었다. 당초 약속한 4분기 흑자 전환에는 실패하게 됐다.
4분기는 미국 조지아 2공장, 중국 옌청 2공장 조기 가동에 따른 비용 증가와 이곳들의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개선이 지체되면서 손실이 불었다. SK온에 따르면 헝가리 2공장과 미국 조지아 1공장 수율은 정상궤도 올랐다.
올해 상반기도 적자가 유력하다. 대신 반기로 갈수록 수율 정상화, 판매량 확대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전사적 차원에서 환율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활동도 전개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SK온 2023년 연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흑자를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SK온은 2024년 연간 영업이익 플러스라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SK온은 “2024년에 신공장이 늘어나지만 기존 공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헝가리 등에서 획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신규 생산라인의 램프업 코스트를 최소화하면 플러스 목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효과는 4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온은 “미국 공장 예상 판매량에 (kWh당) 셀 35달러, 모듈 10달러를 곱하면 약 4조원 수혜가 예상된다”며 “현시점에서 IRA 관련 혜택을 고객사와 공유할 의무는 없다. 이 부분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시설투자액(CAPEX)을 10조원으로 설정했다. 이중 7조원이 SK온 신증설 투자에 투입된다. 계속 지적받아 온 자금 조달에 대해서는 SK온 프리IPO, 고객사와의 지분 분담, 해외 인센티브 등을 방안으로 내세웠다. 이외에도 필요 금액을 충당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