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파운드리②] 文도 尹도 밀어준다더니…'지원' 없고 '지연'뿐

김도현

1983년 2월 ‘도쿄선언’이 40주년을 맞았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한 해다. 그로부터 10년 뒤 삼성은 메모리 세계 1위에 올랐고 30년이 지금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삼성은 메모리보다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큰 시스템반도체 공략에 나선다.

삼성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확실한 2위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으나 1위 TSMC와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업 구조에 따른 태생적 한계, 부족한 정부 지원 등이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삼성 파운드리의 명암을 짚어보고, 미래 경쟁력을 위한 제언을 담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 2019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2030년까지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방한하자마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향했다.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함께 파운드리 공장을 둘러봤다. 양국 정상은 반도체를 한미 동맹의 핵심으로 꼽았다. 당시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에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반도체는 단순히 전자부품의 개념을 넘어 국가안보 자산으로 부상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에서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이유다. 이들은 해외 기업의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막대한 자금 지원, 세제 혜택 등을 불사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한국에서도 정책 마련에 나섰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 중이다. 지난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계현 사장은 현장을 찾아 “테일러 공사는 잘 진행되고 있다. 테일러시를 관할하는 윌리엄슨 카운티에서 부지 앞 도로를 ‘삼성 하이웨이(Samsung Highway)’ 명명했다”고 전했다. 지방 정부의 전향적인 협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마이웨이를 가야 할 판이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등 국내 투자 일정은 수차례 밀리면서 해외 투자 대비 속도가 더디다. 지난해 8월 마련된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경쟁국 대비 아쉬운 수준이나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향상된 부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야당에서 재벌 특혜 명분을 내세워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점이다. 아울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검찰 수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등 이슈에 휘말려 2월 임시국회는 정상 진행이 어려운 상태다. 당초 이달 안으로 해당 개정안에 대해 논의를 마치기로 했으나 시작조차 못 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신속한 입법화를 위해 국회 차원 지원이 필수적”이라면서 “여야가 합심해 이번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키기를 바란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이같은 촉구는 정쟁에 밀려 뒷전인 분위기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만은 TSMC 밀어주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대만 입법원은 ‘대만 반도체법’이라 불리는 산업 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첨단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25%, 설비투자 별도 5% 등을 공제해주는 것이 골자다. 입법 예고 반년 만에 속전속결됐다. 비슷한 시기에 발의된 K칩스법이 제자리걸음인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에 TSMC도 부응하고 있다. 반도체 불황으로 시설투자액은 전년대비 소폭 줄이기로 했으나 R&D 투자는 약 20% 증가시키기로 했다. 최첨단 제품을 대만에서 만들겠다는 약속도 더했다.

또한 TSMC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현지 생산라인과 R&D 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 내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들 국가에 대형 협력사, 장비사, 소재사 등이 즐비한 점을 고려하면 TSMC는 글로벌 거점 확보를 통해 위상을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개인기로 반도체 시장을 돌파해왔으나 이제는 한계다.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대항전이 된 시점에서 정부 차원의 어시스트가 없으면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 업체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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