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파운드리①] '갤럭시S23 두뇌' 빛날수록 짙어지는 그림자

김도현


1983년 2월 ‘도쿄선언’이 40주년을 맞았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한 해다. 그로부터 10년 뒤 삼성은 메모리 세계 1위에 올랐고 30년이 지금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삼성은 메모리보다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큰 시스템반도체 공략에 나선다.

삼성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확실한 2위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으나 1위 TSMC와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업 구조에 따른 태생적 한계, 부족한 정부 지원 등이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삼성 파운드리의 명암을 짚어보고, 미래 경쟁력을 위한 제언을 담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이달 초 삼성전자는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를 공개했다. 전작에서 게이밍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을 겪은 만큼 절치부심해 만든 신작이다.

카메라, 디자인 등도 많이 언급되고 있으나 가장 주목받는 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다. GOS 이슈가 AP 성능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갤럭시S22’ 시리즈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4나노미터(nm) 공정에서 만들어진 ‘엑시노스2200’(삼성전자) 또는 ‘스냅드래곤8 1세대’(퀄컴)가 탑재됐다.

당시 설계(팹리스) 잘못이냐 생산(파운드리) 잘못이냐로 의견이 엇갈렸으나 삼성전자 4나노 공정에 대한 신뢰 하락은 불가피했다. 이에 퀄컴은 업그레이드 버전인 ‘스냅드래곤8+ 1세대’ 제작을 TSMC에 위탁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작년 11월 퀄컴이 선보인 ‘스냅드래곤8 2세대’, 엔비디아가 지난해 출시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RTX40’ 시리즈 등 대형 고객의 메인 제품들이 TSMC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4나노 경쟁에서 삼성전자는 완패했다. 이전 세대에서 삼성전자가 수주한 것들임을 고려하면 더욱 뼈아픈 결과다.

다시 갤럭시S23으로 돌아오면 전 모델에 스냅드래곤8 2세대가 장착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과의 신뢰가 핵심으로 꼽힌다. 설계도 유출, 공정 기술 미비 등에 대한 우려가 없어야만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 존재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후자는 인정을 받아오다 4나노 전후로 흔들리게 된 상황이다.

관련 내용에 대해 삼성전자도 인정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계현 사장은 “4나노 및 5나노 공정에서 TSMC보다 개발 일정과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등에서 뒤처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4나노 초기 공정은 양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로드맵에 따르면 스냅드래곤8 1세대가 만들어질 2021년 말은 SF4E(Early) 공정이 적용되는 시기다. 2022년 SF4, 2023년 SF4P(Plus)로 이동하면서 수율 등이 개선되고 있으나 한 번 깨진 믿음은 회복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갤럭시S23 정식 출시까지 약 9일 앞둔 상황에서 스냅드래곤8 2세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1세대보다 중앙처리장치(CPU) 전력 효율 40%, 그래픽처리장치(GPU) 속도 25% 높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P 성능이 단순 설계 작업만으로 한 세대 만에 큰 폭으로 좋아지기 힘들다. 생산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스냅드래곤8을 놓고 보면 파운드리가 달라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여전히 삼성전자와 TSMC 간 기술 격차가 작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갤럭시S23에 대한 호평이 이어질수록 삼성전자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 희비가 엇갈리는 묘한 그림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퀄컴 간 역학 관계상 삼성 파운드리를 계속 배제할 순 없으나 향후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반도체 최적화에 핵심 역할을 하는 지적재산(IP), 후공정 및 디자인하우스 협력사, 고객과의 밀접도 등 직간접적인 요소에서도 TSMC는 삼성전자에 앞선다.

이에 따른 TSMC로의 최첨단 설비와 고객 쏠림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첨단 공정 개발 가속화로 TSMC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이마저도 밀리면서 의미 있는 경쟁이 어려워진 상태다.

30년 이상 한 우물을 판 TSMC와 메모리 위주에서 2017년에서야 파운드리팀을 독립 사업부로 전환한 삼성전자의 경쟁은 어찌보면 어른과 아이의 대결과도 같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메모리에서 쌓아온 반도체 노하우,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통해 파운드리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박영준 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아직 TSMC 기술력이 우월하다. 삼성전자는 늦게 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며 “또한 파운드리는 메모리와 달리 고객에 맞춰줘야 할 점이 많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도 문제를 잘 알고 있고 우수한 인력이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잘해낼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 혼자 해결할 문제는 아니고 안팎에서의 지원과 노력이 받쳐줘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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