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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 내린 이재용…'본격 투자' 삼성SDI, GM 이어 BMW 잡는다 [반·전·세]

김도현

국내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가 전 세계적으로도 화두입니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소식이 나오며 관련 업계 종사자 또는 투자자들을 울고 웃게 하고 있는데요. <디지털데일리>는 한 주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세상(반·전·세)의 주목할 만한 이슈를 집중 조명해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 배터리 투자 본격화 전망…추가 JV 기대감 상승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경쟁사 대비 투자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온 삼성SDI가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온 삼성SDI에 발동이 걸린 것이다. 연쇄적인 합작사(JV) 설립이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조만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미시간주에 합작 공장을 세우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해당 제조기지의 생산능력(캐파)은 30~50기가와트시(GWh)로 추정된다. 10GWh당 약 1조원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3조~5조원이 쓰일 것으로 관측된다. 양산 시점은 2026년 전후로 예상된다. 세부 사항은 추가 논의를 거쳐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 배터리 JV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미시간주 등에 연이어 1~3공장을 착공했다. 1공장은 작년 4분기, 2공장은 올해 4분기, 3공장은 내년 하반기 가동이다.

당초 양사는 4공장 관련 논의도 진행했다. 미국 인디애나주가 부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GM 외에도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 북미 공장을 세우고 인도네시아는 현대차, 폴란드 한국 중국 미국 등에 자체 캐파 확장도 지속 중이다. 동시 다발적인 투자가 단행되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LG에너지솔루션 부담이 커지면서 GM과의 네 번째 공장은 사실상 백지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삼성SDI다. 현시점에서 SK온은 포드와 유럽 JV 설립이 무산될 정도로 여유가 없고 파나소닉은 테슬라 물량 대응하기 바쁘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진출이 여의치 않고 유럽 스타트업은 사업화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질적으로 유일한 선택지가 삼성SDI인 셈이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배터리 시장에 대한 확신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대비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스텔란티스와의 JV를 제외하면 대규모 프로젝트도 없었다.

이러한 흐름은 이 회장이 삼성SDI 챙기기에 나서면서 달라졌다. 그는 BMW 최고경영자(CEO)를 연달아 만난 데다 최근 삼성SDI를 방문하는 등 배터리 분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련의 과정 속 삼성SDI는 헝가리 2공장 가동, 말레이시아 증설, 전고체전지 및 46파이 원통형 파일럿 라인 구축에 나서면서 투자 기지개를 켠 바 있다.

삼성SDI는 지난 1월 포스코케미칼과 10년간 40조원 양극재 계약을 맺으면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을 예고했다. 삼성SDI는 국내에서는 주로 에코프로비엠으로부터 양극재를 조달했으나 배터리 생산량이 급증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포스코케미칼이라는 새 협력사를 맞이했다.

포스코케미칼은 GM과 JV를 세우고 직거래를 틀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GM 역시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전용 얼티엄 플랫폼은 파우치형뿐만 아니라 원형, 각형 배터리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파우치 제외한 2종 배터리를 제작하는 삼성SDI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 공동 공장에서는 원형 및 각형 배터리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3사는 같은 방향으로 걷게 됐다.

아울러 GM과 동맹은 삼성SDI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미국은 이달 중 IRA 세부 조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과 별개로 미국 내 투자를 늘려야 하는 부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이어 GM과 현지 생산라인을 마련하게 되면서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삼성SDI는 또 다른 JV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헝가리에서는 BMW와 협업하는 것이 유력하다. 이외 지역에서는 신규 고객과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는 후문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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