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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강제징용피해배상 韓이 '제3자 변제'…포스코·KT·한전, 가뜩이나 어수선한데

박기록
<사진> 포스코
<사진> 포스코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을 한국 기업들이 대신 변제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포스코, KT 등에 쏠리고 있다.

포스코, 한국전력, KT 등 한국 기업들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배상금을 출연하면 이 재단의 이름으로 강제지용피해 보상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번 방식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 추진됐던 강제징용피해자 지원 방식과 유사하다.

KT의 경우, 현재 차기 대표를 뽑기위한 절차가 진행중이며, 구현모 대표는 연임을 포기한 상황이기때문에 이같은 민감한 결정에 KT측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연금 규모와 관계없이 가뜩이나 최근 차기 대표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정부의 외압 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전력도 상황이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전은 최근 발표한 2022년 결산 실적에서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32조6034억원에 달해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물론 한전의 외형에 비해 재단 출연금 절대 금액은 미미한 수준일 수 있지만 전기 및 가스요금 급등으로 인해 부글 부글 끓는 민심을 고려한다면 상황이 공교로운 것은 사실이다.

포스코의 경우, 이미 지난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을 위해 100억원 출연을 약속한 바 있고, 실제로 재단에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30억원씩 지금까지 모두 60억원을 출연한 바 있다. 정부가 어느 정도의 출연 금액을 요청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만약 포스코가 출연을 하게된다면 잔여 40억원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오는 17일 정기주총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현재 이 안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시를 내놓지 않은 상태다.

포스코도 작년 태풍 '힌남노'의 피해로 사상 초유의 포항제철수 침수 사태 등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47% 이상 급감하는 등 분위기는 예년만 못하다.

다만 태풍 대응에 대한 총괄관리자로서의 책임론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지만 최정우 회장의 경우 임기가 1년 정도 남아있어 KT만큼은 어수선한 상황은 아니다.

한편 '제3자 변제' 방식은 앞서 올해 1월12일, 외교부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 공개토론회에서 방법론이 구체화됐다.

'제3자 변제'에 국내 기업들이 재단 출연을 하게되는 논리는 지난 1965년 일본과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이뤄진 일본의 전후보상에서 출발한다.

당시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이 한국에 제공한 5억 달러의 자금으로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을 비롯한 도로, 전력, 통신 등 국가 기간 인프라가 갖춰졌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당시 20%가까운 보상금이 투입됐다. 결국 이들 기업들이 수혜를 받았기때문에 자발적으로 일본 기업을 대신해 우선 변제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같은 '제3자 변제' 방식에 의한 배상에 대해 피해자들과 지원 단체들, 야권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해당 기업들의 재단 배상금 출연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예상된다.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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