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상장 가능성 열어둔 DB팹리스…'제2의 미디어텍' 가능할까 [DD인더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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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B하이텍, ‘순수 파운드리’ 가치 강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DB하이텍이 반도체 생산과 설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주주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까.

7일 DB하이텍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설계하던 브랜드사업부를 물적분할해 DB팹리스(가칭)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DB하이텍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DB하이텍은 브랜드사업부 떼어내기를 추진한 바 있다. 해당 사업부는 파운드리사업부 대비 규모는 크지 않으나 매년 2000억원 이상 매출액을 기록할 정도로 쏠쏠했다. 하지만 DDI 고객과 관계, 설계 전문성 강화 등을 이유로 분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문제는 소액주주들의 반대운동. 이들은 연대를 결성한 뒤 공동행동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브랜드사업부 분사를 저지했다. 회사 가치 하락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당시 DB하이텍은 “진행 중인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반년 정도 흐른 뒤 DB하이텍은 결정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DB하이텍은 “작년 9월 정부의 일반주주보호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갖춰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물적분할 명분도 재차 강조했다. 물적분할은 기존 법인이 신설법인 주식을 소유하는 기업분할로 기존 회사 주주들이 일정 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갖는 인적분할과 차이가 있다.

DB하이텍은 “DB팹리스를 100% 자회사로 두면 관련 실적을 모두 반영할 수 있어 분사로 인한 매출 감소가 발생치 않는다. 오히려 진출하지 못했던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신설법인의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대해서는 분할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사업 전문성 강화에 있음을 언급하면서 과거 핵심사업 물적분할 후 곧바로 상장해 주주에 피해를 입힌 사례들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상장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DB하이텍은 “신설법인은 상장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도 “불가피하게 상장할 시 모회사 DB하이텍 주주총회를 통해 동의를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먼 훗날 상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제 시선은 DB팹리스로 향한다. DB팹리스를 이끌게 된 황규철 사장은 “모회사인 DB하이텍과의 시너지를 높여 ‘제2의 미디어텍’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텍은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의 신흥강호다. 이 회사는 세계 3위 파운드리 대만 UMC의 사내 조직으로 1990년 말 분사된 곳이다.

초기에는 컴퓨터 CD, DVD 관련 반도체를 만들던 소규모 반도체 설계(팹리스)사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중년 DVD용 칩 점유율 50%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고 중국 피처폰용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 전방산업이 저물면서 위기를 맞이했지만 스마트폰 AP 사업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중저가 AP로 몸집을 키우더니 글로벌 공룡인 퀄컴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최근에는 고부가 AP 분야로 영역을 확장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UMC와 미디어텍의 결별은 ‘윈윈(Win-Win)’이었다. 각 부문에서 경쟁력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업체로 성장한 것이다.

DB하이텍과 DB팹리스는 두 회사를 롤모델로 삼고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겠다는 심산이다. DB팹리스는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DDI 위주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미니LED 등 DDI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LCD DDI 대비 수익성이 높은 제품들이다. 업계에서는 DB팹리스가 DDI 외에 다른 반도체도 설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DB하이텍 역시 순수 파운드리로 거듭나면서 기술 유출 등 고객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파운드리 선두주자 대만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 모토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파운드리 산업에서 신뢰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다. DB팹리스로서는 DB하이텍이라는 든든한 제조 협력사를 두는 한편 다른 파운드리 기업과 협업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가 나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여전히 삼성전자가 태생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만큼 DB하이텍과 DB팹리스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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