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결국 분할한다…"TSMC처럼 고객과 경쟁 NO" [소부장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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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설법인 'DB팹리스' 설립…제2의 미디어텍 도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팹리스) 사업을 떼어낸다. 당초 분사 작업을 중단한 바 있으나 전문성 강화 및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물적분할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순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DB하이텍-DB팹리스 ‘투톱 체제’
7일 DB하이텍은 이사회를 통해 정관 변경, 사내외이사 후보 추천, 브랜드사업부 분사 등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부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되는 신설법인 사명은 ‘DB팹리스(가칭)’다. 분할 기준일은 5월2일이다. 해당 안건은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으로 분사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오는 30일부터 20일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날 DB하이텍은 “최근 정보기술(IT) 시장 침체로 가동률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주력인 설계사업을 병행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고객들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파운드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실적 개선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파운드리 산업의 특징이 영향을 미쳤다. 업계 1위 대만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 모토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또 다른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는 설계사업부서를 미디어텍과 노바텍으로 분사한 후 본업인 파운드리에 집중해 회사 규모를 10배 가까이 늘린 바 있다.
아울러 DB하이텍은 물적분할 이유에 대해 “신설법인을 100% 자회사로 두면 관련 실적을 모두 반영 받게 돼 분사로 인한 매출 감소가 발생치 않는다. 오히려 기존 브랜드사업으로 인해 진출하지 못했던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신설법인의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설법인은 DB하이텍을 모회사로 두면서 안정적인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등 팹리스 시장 안착이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기석 DB하이텍 사장은 “전 세계파운드리의 전략 방향에 맞춰 2개 부문을 분리해 각각의 전문성을 한층 높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팹리스 시장 공략 본격화
DB팹리스는 이번 분사를 통해 첨단 디스플레이 설계 전문업체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 파운드리 고객의 기술 유출 등 이해 충돌 이슈로 범용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중심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향후 부가가치가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으로 확장하고 미니LED TV 구동칩 등도 진출할 방침이다.
앞서 DB하이텍은 팹리스 부문 확대를 위해 황규철 사장을 브랜드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한 후 같은 해 말 브랜드사업부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최근 설계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인재 확보 등을 위해 사무실을 고객사와 협력사가 밀집한 경기 판교로 이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황 사장은 “모회사인 DB하이텍과의 시너지를 높여 ‘제2의 미디어텍’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DB하이텍은 작년 9월 정부의 일반주주보호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관련 작업 검토를 중단한 바 있다. 6개월 만에 재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공포되는 등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갖춰졌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DB하이텍은 주주친화 정책도 적극 펼칠 계획이다.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1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약 3배인 1300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1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도 추진키로 의결했다.
또한 신설법인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불가피하게 상장할 시 모회사 DB하이텍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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