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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구조조정 칼바람, 해외도 예외없다

오병훈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전 세계 게임시장이 보릿고개를 겪으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 해외 법인에서도 인력 감축·사업 축소 등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넷마블·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 해외 법인이 인력을 감축했다. 해외 주요 게임사 중에는 일렉트로닉아츠(EA), 테이크투컴퍼니 등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게임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 중 하나는 인건비다. 이 때문에 게임사 실적이 저조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효율화에 돌입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데브시스터즈, 원더피플 등이 구조조정을 감행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떨어진 성적…해외 법인 인력 축소=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넷마블, 펄어비스도 지난해 4분기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다만, 3사는 국내 본사 구조조정보다는 해외 법인 인력 및 사업 감축에 나선 모습이다.

엔씨는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에서 전체 임직원 중 약 20%를 감원했다. 제프 앤더슨 엔씨웨스트 최고경영자(CEO)도 사의를 표하는 등 전반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 엔씨 관계자는 “엔씨는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 중이며, 그 일환으로 북미 법인의 전략적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미국 자회사 잼시티 소속 플레이투언(Play-to-Earn, 이하 P2E) 게임 개발 사업을 분리하면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권영식 대표는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인력 감소는 미국 자회사 잼시티 사업 매각으로 일부 인력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올해 인력 통제를 철저히 할 계획이고,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인력이 증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펄어비스 자회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해외 게임 전문 매체 MMORPG닷컴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소재 게임 개발 자회사 CCP게임즈는 소속 스튜디오에서 13명을 내보내는 등 일부 인력을 정리했다.

조지 켈리온 CCP게임즈 커뮤니케이션 이사는 이번 구조조정과 관련해 “개발 계획 재조정으로 개발, 출판 및 운영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며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스튜디오에서 7명, 영국 런던 스튜디오에서 6명 등 인력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출처 : EA스포츠
출처 : EA스포츠

◆해외 주요 게임사도 인력 감축 움직임=이같은 분위기는 비단 국내 게임시장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엔데믹(풍토병화) 기조로 인해 이용자가 감소하면서 게임사 매출이 줄어든 것은 전 세계 게임 시장 공통 현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엔피디(NPD)그룹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게임 지출액은 지난 2019년 434억달러(한화 약 57조2446억원)에서 지난 2021년 608억달러(약 80조1952억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2022년에는 555억달러(약 73조2045억원)로 내려앉으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또 다른 시장조사 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 자료에 따르면, 중국 게임사 총수익은 지난 2021년 974억2000만달러(약 128조4969억원)에서 지난해 902억달러(약 118조 9738억원)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해외 주요 게임사에서도 비용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테이크투인터렉티브는 올해 연간 5000만달러 비용 감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GTA온라인’을 서비스 중인 락스타게임즈 모회사다. 지난 8일(현지시간) 글로벌 게임 매체 PC게이머에 따르면 테이크투인터렉티브는 산하 중소 개발사 프라이빗디비전(Private Division) 레이블과 여타 부서 직원을 감원했다.

EA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달 28일 미국 게임 매체 코타쿠(Kotaku)에 따르면 EA는 미국 배턴루지(Baton Rouge) 사무소에서 배틀로얄 게임 ‘에이펙스레전드’ 품질 관리직원(QA) 200여명에 대한 정리 해고를 감행했다. EA는 이번 구조조정 이후 에이펙스레전드 품질 관리 업무는 다른 팀에 이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총 1만여명 임직원에 대한 감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중에는 콘솔 기기 엑스박스 관련 부서도 포함됐다. 엑스박스 마케팅 사업부와 엑스박스 게임 시스템 부서 직원들이 정리해고 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뿐 아니라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전 세계 정보기술(IT) 산업 전체에서 구조조정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비용 효율화 움직임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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