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빠르게 변하는 AI 시대, “양질의 데이터 확보·활용이 관건”

이종현
16일 간담회 전 네이버 제2사옥 1784에 적용돼 있는 AI 및 로봇 기술에 대해 소개받고 있는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
16일 간담회 전 네이버 제2사옥 1784에 적용돼 있는 AI 및 로봇 기술에 대해 소개받고 있는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챗GPT’로 인해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더 가속화될 데이터 경제 시대에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확보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안전하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데이터 신 경제의 엔진을 정상 가동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설계, 가공하기까지의 데이터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

16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네이버의 제2사옥 1784에서 산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는 9월15일부터 시행 예정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내용을 공유하고 데이터 활용 기업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진행됐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는 그간 제한적으로 도입됐던 마이데이터를 분야에 상관 없이 보편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자율주행차나 드론 등 카메라가 탑재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자동화된 결정에 대해 ‘설명 또는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어서 “개인정보위는 국가 개인정보 컨트롤타워로서 국민이 신뢰하는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며 “개인정보를 어떻게 가명처리할지 등 기존 법제도에 규정돼 있지만 활용도가 떨어졌던 영역에 대해 새롭게 들여다보고 개선할 점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직접 데이터를 다루며 아쉬움과 한계를 느끼고 있는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고 제도에 반영코자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 16개사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도 함께했다. 이후로 의료·복지, 스타트업, 모빌리티, 통신 등 분야별로 릴레이 간담회를 순차 진행할 예정이다.

간담회는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의 한지윤 리더가 ‘AI 발전과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정책’ 발표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업스테이지는 오픈AI의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에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더한 ‘아숙업(AskUp)’을 선보이며 주목받은 기업이다.

한 리더는 “AI 생태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챗GPT가 작년 11월30일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4개월여 만인 올해 3월2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했다. 그리고 업스테이지는 API 공개 후 7일 만에 기존 AI 기술에 챗GPT API를 연계한 아숙업 서비스를 내놨다”며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빠른 변화가 가능한 것은 접근성, 그리고 잘 조성돼 있는 오픈소스와 서드파티 생태계가 있기 때문이다. 챗GPT가 API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업스테이지가 자체 기술을 더하지 않았다면, 카카오가 서비스를 막았다면 아숙업이라는 서비스는 나타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생태계 내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며 발전하는, 초기업 협력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서드파티 생태계는 점점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 리더는 발표 중 클라우드 컴퓨팅과 비정형 데이터를 위한 개인정보보호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AI의 경우 학습 및 처리 과정에서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 만큼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 리더의 생각이다. 클라우드 환경에 대한 개인정보보호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AI 학습을 위해 활용되는 비정형 데이터의 경우 데이터 속 개인정보를 처리하기가 까다롭다는 문제가 남는다. 개인정보위가 연구개발(R&D) 로드맵을 통해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등에 대한 사업을 진행 중이나 로드맵상 기술개발 완료는 2027년이다. 한 리더는 “변화의 속도는 너무나도 빠른데 2027년이면 너무 늦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고 밝혔다.

한 리더의 발표 이후로는 개인정보위 이병남 정책총괄과장이 이번 법 개정 상세 내용 및 하위 법령 개정방향에 대해, 태현수 데이터안전정책과장이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추진 방향에 대해 각각 소개했다.

이후 진행되는 토론에서는 간담회에 참석한 산업계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개정법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라기보다는 공공과 민간 사이의 괴리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차원에서다. 통일된 의견이 아닌,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토로가 이뤄졌다.

많은 이들이 관심 가진 것은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통한 마이데이터다. 마이데이터가 과연 확산될 수 있는지, 신용정보법의 영향을 받는 마이데이터과 개인정보보호법의 영향을 받는 마이데이터를 별도로 구축해야 하는지, 마이데이터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정보를 제공하기만 한 기업에게도 책임이 있는지 등이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위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쿠팡 장준영 최고정보보호책임자(CPO)는 “앞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AI를 위주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와중에 사전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규모나 내용 등 이런 부분에 대한 세세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사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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