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아이패드·맥북 선점"…삼성, '8.7세대 OLED' 선제 투자

김도현
- 다가오는 IT용 OLED…LGD·中 BOE 검토 단계
- 마이크로OLED 신규·QD-OLED 추가 투자도 고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기지개를 켠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 노트북 등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심산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분기 말부터 8.7세대 OLED 생산라인에 인프라 설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기존 액정표시장치(LCD)를 제조하던 충남 아산 ‘L8’ 팹을 개조한 곳이다.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르면 2분기부터 박막 트랜지스터(TFT) 장비를 발주할 예정”이라며 “초기 투자 규모는 월 1만5000장(15K)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8.7세대 OLED는 기존 6.5세대 OLED의 원장을 확장한 패널이다. 그동안 적색(R)·녹색(G)·청색(B) OLED는 6.5세대가 사실상 최대였다. 주요 응용처인 스마트폰에서는 이 정도로 충분했다.

다만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태블릿은 물론 노트북 게임기 자동차 등에 OLED가 투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채산성이 떨어진 탓이다. 원장에서 필요한 부분만 잘라내는데 6.5세대에서 노트북용을 뽑아내니 버리는 면적이 커졌다는 의미다. 아울러 8.7세대로 확장하면 한 번에 더 많은 패널을 만들고 생산시간이 줄어드는 등 효율성도 향상된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더 이른 시기에 8.7세대 OLED 투자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증착 기술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일정이 밀렸다는 후문이다. 증착은 발광원 역할을 하는 유기물 소자를 가열해 기판에 입히는 과정이다. 물을 끓이면 냄비뚜껑에 수증기가 맺히는 것과 유사하다.

이 과정에서 RGB를 구분하기 위해 파인메탈마스크(FMM)라는 ‘모양 자’를 사용한다. 얇은 두께에 미세한 구멍이 뚫린 마스크다. 문제는 워낙 얇아 일정 부분 커지면 처짐 현상이 발생한다. 중소형 사이즈까지는 활용 가능하지만 대형에서는 쉽지 않다. 따라서 액자 형태의 오픈메탈마스크(OMM)를 사용한다. 백색(W) 소자만 증착한 뒤 컬러필터를 덧대 색을 낸다. RGB OLED와 WOLED 차이다.

해당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 알박과 FMM을 세워 수직 증착하는 설비 개발에 나섰으나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일본 캐논도키와 협력해 기존 수평 증착 방식을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원장을 반으로 잘라 증착하는 하프컷 기술을 활용해 처지는 문제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한 유기물층을 2단으로 쌓는 ‘투 스택 탠덤’ 구조도 적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7세대 OLED를 통해 중소에서 중대 OLED 분야로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최우선 타깃은 애플의 ‘아이패드’ ‘맥북’ 등이다. 애플은 아이폰 전 모델에 OLED을 탑재한 데 이어 2024년부터 OLED 기반 아이패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경에는 맥북에도 OLED를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르면 2025년 말부터 8.7세대 OLED 생산에 돌입한다. 2026년부터는 순차적으로 2단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아이패드용 OLED는 일단 가동 중인 6.5세대 라인에서 만들어진다. 아이폰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내년 1분기부터 양산 개시 예정이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와 BOE도 IT용 OLED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들은 전방산업 부진으로 디스플레이 사업이 침체하면서 목표했던 시점보다 투자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선제적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철수를 단행한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LCD 비중이 작지 않은 편이기도 하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8.7세대 주요 장비를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 적자에 시달리는 만큼 자금 확보가 선결 과제다. BOE는 차세대 증착 장비 확보와 OLED 기술력 향상을 이뤄내야 한다. 아이폰 패널에서도 연이어 품질 이슈가 발생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BOE는 국내 제조사 대비 2~3년 늦게 IT용 OLED 제작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소형 및 대형 사업 확장도 추진 중이다. 앞서 미래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팀을 구성한 바 있다.

소형에서는 마이크로OLED가 대표적이다. 마이크로OLED는 실리콘웨이퍼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만드는 디스플레이다. 반도체 공정을 적용해 기존 플라스틱 또는 유리 기판 기반 OLED보다 정밀한 구동 회로를 새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높은 해상도와 밝기(휘도) 구현이 가능하고 기판 크기도 대폭 줄일 수 있어 확장현실(XR) 기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 분야에서는 일본 소니와 경쟁 중이다. 애플이 출시할 XR 기기가 타깃이다. 현시점에서는 소니가 한발 앞선다.

삼성전자, 소니 등 주요 고객을 확보한 퀀텀닷(QD)-OLED도 캐파 확대를 고민하는 단계다. 빠르게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끌어올린데다 생산 효율화를 통해 1단계 라인 캐파를 최대 1.5배(기존 월 3만장)까지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기반 TV, 모니터 등 판매량 추이에 따라 연내 QD-OLED 2단계 투자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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