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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지는 장사’ 졸업한 SK온…마지막 보릿고개 넘는다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 2022년 적자 폭 확대, 2023년도 흑자전환 어려울 전망
- 해외공장 수율 개선 속도 늦지 않아...IRA 효과+수주잔고 기대감은 상승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이달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2022년 사업보고서가 모두 공개된 가운데, SK온만은 활짝 웃지 못한 모양새다. 중장기 성장 전망은 밝지만, 지난해 홀로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한 까닭이다. 매출도 크게 늘었지만 올해는 흑자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과 단계적 결실을 지속해서 증명할 필요가 엿보인다.

SK온은 지난 22일 3사 중 마지막으로 2022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연결매출 7조6177억원, 영업손실은 1조7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616% 증가했지만 3117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이 3배 이상 악화된 점이 뼈아프다. 같은 기간 1조2000억원, 1조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대비된다.

SK온이 매출 급성장에도 적자폭이 커진 이유는 이익이 거의 없는 수준의 매출, 매출원가 차이와 대폭 증가한 판매와관리비(판관비) 영향이 크다. 회사의 영업이익은 크게 총매출에서 매출원가(재료비, 생산비 등)와 판관비(급여, 홍보, 연구개발비 등)를 제외하고 계산된다. 2022년 SK온의 매출원가는 7조6137억원으로 매출과의 차이는 고작 40억원이다.

즉, 제조 단계에서 이미 흑자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 외 비용(판관비)은 모두 손실로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매출원가가 매출보다 높아 회계상 ‘밑지는 장사’를 했던 2021년보단 일부 개선된 상황이다.

SK온의 영업손실 원인은 지난 2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2022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SK이노는 “(SK온의) 해외 신규공장 생산 능력 증가에 따라 선행적으로 증가하는 고정원가 영향, 원소재 가격 및 유럽 유틸리티 비용 상승이 적자 악화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시장의 후발주자인 SK온은 그간 규모의 경제 기반 마련에 집중했다. 먼저 배터리 생산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넘쳐나는 배터리 시장의 수요를 소화할 수 있고, 대형 고객사 유치로 이어져 중장기적 경쟁 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국내는 서산, 해외에선 중국, 미국, 헝가리에 다수의 생산공장을 신축·증설하며 생산능력(Capa) 확보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가 2022년 기준 전년 4분기 대비 3배 이상 확대된 71.7GHw의 생산능력(창저우, 후이저우 공장 제외)이다.


문제는 투자 손익분기점을 빠르게 돌파하기 위해 필요한 수율이다. 생산력이 큰 공장도 납품 가능한 수준의 양품 비중이 낮으면 제품을 아무리 생산해도 이익을 내기 어렵고, 오히려 손해가 커질 수 있다.

업계는 그간 SK온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율이 수익성 개선을 막는 요소로 지적했다. SK온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수율 개선 지체를 영업손실 악화 요인으로 꼽고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율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해 SK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 Battery America(미국 법인)’과 ‘SK Battery Manufacturing(헝가리 법인)의 2022년 당기순손익은 각각 -4608억원, -3193억원으로 SK온 연결 적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점이 확인된다. 이는 SK온이 앞서 “수율이 안정화된 우수 법인의 노하우를 헝가리, 미국 등 신규 사이트에 적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 중”이라고 언급한 배경과도 맞닿는다.


따라서 SK온으로서도 올해는 수율 안정화와 관련된 긍정적 시그널을 시장에 계속해서 내보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주식시장의 관심도 SK온이 배터리 사업에서 언제 흑자를 낼 것인지에 촉각이 쏠려 있다. 지난 1년간 하락세인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회복 키도 SK온 배터리 사업 흑자전환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가의 시선은 기대와 신중함이 교차한다. IBK증권은 23일 “헝가리와 미국 배터리 플랜트의 수율과 가동률이 최근 개선되고 있다”며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신차 출시 확대 및 수율·가동률 개선이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국내 톱티어 경쟁사도 폴란드 라인 수율 정상화에 2~3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SK온의 수율 개선 속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안타증권도 수율 개선 소식(헝가리 80%~90%, 미국 70% 내외)에 좋은 점수를 줬다. 또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에 따라 미국 공장에서 판매되는 배터리 모듈에 kwh 당 최대 45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점도 매출원가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자동차 회사에 대한 배터리 납품가격 인하가 얽혀 있어, 실제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테슬라와 중국 CATL을 필두로 전기차 및 배터리 가격 인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우려로 풀이된다.

이에 관해 SK온 관계자는 “배터리는 납품 계약 당시 판가가 정해져 있고 SK온은 최근 LFP 배터리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중”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수율 안정화에 대해선 “후발주자로서 경쟁사들보다 빠른 속도로 수율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적자 상황에서도 이미 수백조원 규모로 쌓인 SK온의 수주잔고는 SK온이 ‘여유’를 잃지 않는 원동력이다. 회사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누적 수주잔고는 약 290조원에 달한다. 계약 내용에 따라 상이하지만, SK온이 향후 수년간 꾸준히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벌어들일 매출이 300조원에 가깝단 얘기다.

SK온은 2024년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예상한다. 기대대로라면 2023년은 풍성한 수확을 앞두고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보릿고개’의 해로 볼 수 있다. 다만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시장의 판도 변화 속에서 올해 SK온이 예정대로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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