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귀하신 몸’ 폐배터리, 2025년부터 개화…선점 경쟁 ‘후끈’ [소부장박대리]

백승은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오는 2025년 개화를 앞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배터리 기업이 앞장서고 있다.

31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폐배터리 시장은 지난 2020년 4000억원 규모였지만 2030년에는 12조원, 2040년에는 87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2050년에는 600조원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일반적으로 5~10년, 길게는 15년 정도다. 보통 성능이 70~80% 떨어지면 폐배터리로 구분된다. 이때 폐배터리에서 사용 가능한 소재 및 광물,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해 활용하는 것을 폐배터리 재활용이라고 한다. 이와 별개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재사용이다.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은 연구소에서 시험 후 버려진 배터리나 불량품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오는 2025년부터는 전기차기 대량 폐차되며 수량이 확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폐배터리 시장이 확 커지는 시기는 본격적으로 전기차 폐차가 시작되는 2025년”이라고 입을 모았다.

폐배터리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원료 중 상당 부분은 폐배터리 시장에서 공급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재범 수석연구원은 “2030년에는 전체 전기차 배터리 원료 중 10%를 2040년에는 35%, 2050년에는 50%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리튬의 한 종류인 수산화리튬을 상당 부분 조달할 수 있다. 리튬은 양극재 핵심 광물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하얀 석유’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귀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산업의 원료 조달 효과성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2045년에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수산화리튬 2만톤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작년 한국의 수산화리튬 수입량의 2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외에도 ▲황산망간 2만1000톤 ▲황산코발트 2만2000톤 ▲황산니켈 9만8000톤 등을 회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높은 미래성 덕분에 폐배터리 시장은 ‘도시광산’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특히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를 주축으로 ‘블랙 파우더’를 가공하는 2차전지 재활용 자회사 PLSC를 준공하기도 했다. 블랙 파우더에서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추출하는 ‘포스코HY클린메탈’도 설립을 완료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도시광산을 잡기 위해 바빠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과 지난 2021년 일찌감치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라이사이클에 600억원 투자를 마쳤다. 10년에 걸쳐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 2만톤을 구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성일하이텍, SK온은 에코프로·미국 어센드 엘리먼츠와 손을 잡았다. 삼성SDI는 성일하이텍을 통해 배터리 스크랩 및 불량 셀의 원료를 추출하고 있다. SK온은 어센드 엘리먼츠로부터 폐배터리 원료를 공급받아 SK온-완성차 기업-어센드 엘리먼츠-에코프로-SK온으로 이어지는 순환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에코프로그룹 역시 폐배터리를 담당하는 자회사 에코프로 CnG를 앞세우고 있다. 에코프로 CnG는 폐배터리에서 액체 상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한 것이 가장 강점이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 기업의 폐배터리 기술력은 전구체 개발 등에서 다소 미비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재활용 기술 고도화, 폐배터리의 안정적 수입선 확보가 가장 필요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국내 폐배터리 수거·확보 체계를 정비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고도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으로 협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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