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배터리 음극재 ‘게임체인저’ 필요 시점…NBM ‘메탈 실리콘’이 판도 바꿀까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네오배터리머티리얼즈 코리아 허성범 대표(왼쪽)와 바수데버 스웨인 공학박사]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와 전기차 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동향과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소부장박대리'(배터리)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소부장 산업계의 보이지않는 소식들까지도 충실히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 허성범 네오배터리머티리얼즈 코리아 대표인터뷰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그동안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양극재 기술 개선은 꾸준히 이뤄졌지만, 음극재 기술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려면 결국 양극재와 음극재의 균형이 맞아야 하죠. 이때 흑연 중심의 기존 음극재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흑연에 실리콘을 조합한 고성능 음극활물질 등장이 필수입니다.”

17일 국내 최대 규모의 이차전지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가 개최 중인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와 만난 허성범 네오배터리머티리얼즈 코리아(이하 NBM)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차전지의 4대 요소(양극재, 전해액, 분리막, 음극재) 중 하나인 음극재는 양극에서 나온 리튬 이온의 저장 및 방출을 담당하는 소재다. 그간 배터리 업계에선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 에너지 밀도와 용량을 담당하는 양극재에 이목이 쏠렸으나, 허 대표의 말처럼 양극재 성능이 개선되는 만큼 배터리 성능이 균형을 맞추려면 음극재도 이를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

다양한 소재가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양극재와 달리 음극재를 구성하는 활물질은 대개 흑연이다. 흑연은 값이 싸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물질인데, 단점은 저장 가능한 에너지 용량이 작다는 점이다. 보통 천연 혹은 인조흑연의 1g당 저장 용량 한계는 370mAh 정도다. 이를 높이려면 흑연에 다른 화학물질을 섞어야 하는데, 현재는 실리콘이 가장 유력한 물질로 꼽히고 있다. 실리콘은 지구에서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인 데다가, 음극재에 활용 시 저장 용량이 흑연의 10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도 실리콘 음극 활물질 적용 배터리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다. 상용화 제품은 흑연에 실리콘을 약 5% 첨가한 음극재가 사용되고 있다. 업계의 중장기적 목표는 이 비중을 7%, 10%까지 늘리는 것이다.


실리콘의 장점에도 이를 활용한 음극 활물질 연구가 지금껏 더뎠던 이유는 치명적인 단점에 있다. 실리콘은 배터리 충방전을 거듭할수록 부풀어 오르는 성질이 있는데, 이것이 배터리 안정성에는 큰 위협이 된다. 허 대표에 따르면 흑연이 최대 15% 부푸는 반면 실리콘은 300%까지 부피가 커질 수 있다. 이는 저장 가능한 에너지 용량이 크다는 성질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인위적으로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껏 실리콘 음극재 기술 개발 연구가 더디었던 이유다.

하지만 대용량 배터리를 요구하는 전기차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기존 실리콘 음극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벤쿠버 소재의 NBM은 ‘메탈 실리콘(MG-Si)’ 기반 음극 활물질이 그 키가 될 것으로 봤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실리콘 음극활물질은 상용화한 기업은 단 3개다. 한국의 대주전자, 중국의 BTR, 일본의 시네츠다. 이들 기업은 주로 실리콘산화물(SiOx), 실리콘카바이드(SiC)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이들 소재를 활용한 음극활물질은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가격도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SiOx, SiC는 음극 활물질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초고온, 고압의 정제 과정이 수차례 필요하다. 이때 다량의 연료 에너지가 필요해 생산 단가가 높아지며 수율을 개선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메탈 실리콘은 고열, 고압의 정제 과정이 필요 없어 공정이 단순하다. 배터리 제조 고객사 수요에 따라 실리콘 소재 사이즈를 맞추는 과정에서 실리콘 팽창을 막는 코팅 작업까지 한번에 이뤄져 생산 속도는 훨씬 빠르고, 생산 비용도 낮다.


허 대표는 “경쟁사의 실리콘 음극 활물질 가격이 1kg당 약 80~100달러라면 메탈 실리콘 음극 활물질은 30달러 내외"라며 “여기에 SiOx, SiC 소재 대비 저장 용량과 충방전 효율도 높은 편이라 다방면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해결할 과제는 남아있다. 실리콘 코팅 기술의 정교화다. 코팅은 앞서 언급한 실리콘의 팽창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쉽게 말하면 실리콘에 둥근 막을 씌우는 공정이다. 현재 메탈 실리콘 음극 활물질의 유일한 단점은 SiOx, SiC 음극 활물질 대비 코팅의 두께가 얇고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그러나 NBM이 지난 2년간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이 희망적”이라며 “이미 시제품도 개발됐고 배터리 제조사들의 안정성 요구 조건을 맞추기 위한 샘플 테스트가 진행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최적화 이후 본격적인 양산 시점도 머지않았다. NBM은 2021년 10월 한국법인인 NBM 코리아를 설립하고 평택 외국인 투자단지에 3000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이를 통해 2024년부터 연간 240톤 규모의 실리콘 음극활물질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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