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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양심이어서"… 우리에겐 더 안타까운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

오현지
생전의 사카모토 류이치 <사진>인스타그램
생전의 사카모토 류이치 <사진>인스타그램
[디지털데일리 오현지 기자] 영화 '마지막 황제'(1987)의 음악을 작곡해 아시아인으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던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그가 암투병중 지난 3월28일 향년 71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를 추모하고 생전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세계인들의 찬사도 늘고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지난 2017년에는 한국 영화 '남한산성'에도 합류해 음악 감독을 맡은 바 있어 우리나라 와의 인연도 깊다.

그런데 그가 세계적인 음악 거장이면서도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던 대표적인 일본의 양심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나라 팬들에겐 안타까움이 더하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원전을 반대한 친환경 운동가이기도 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정치적 성향은 아베 신조 정부가 추진한 ‘안보법안’에 반대한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일본 아베 내각이 지난 2015년 9월 ‘안보법안’을 강행 처리하자 사카모토 류이치를 포함한 일본내 평화주의자들은 강하게 반대했다.

‘안보법안’이란 ‘평화 안전법 제정비 법안’과 ‘국제 평화 지원 법안’을 통칭한 것이다. 안보법안 통과는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된다는 것을 의미인데,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리에게도 매우 민감한 문제다.

앞서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된 일본은 ‘헌법제9조’를 신설했다. ‘다른 나라가 일본 영토를 침범하지 않는 이상 전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으로 '평화헌법'으로도 불린다. 그런데 이것을 폐기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 현재 일본 극우 세력의 입장이다.

지난 사카모토 류이치는 2015년 8월 30일 일본 국회 앞에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아주 중요한 시기에 함께 행동하겠다”고 역설 한 바 있다.

한편 사카모토 류이치의 탈원전과 반핵 운동과 환경보호 운동에도 앞장섰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터졌다. 원자로 1,2,3,4호기 냉각 기능이 중단되면서 노심용융이 발생해 방사능이 누출됐다.

그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오에 겐자부로 작가 등과 함께 나섰다. ‘원전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탈원전 음악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그의 별세 소식에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타나카 테루미 대표위원은 “핵 폐기를 호소해준 것은 피폭자들에게 매우 큰 힘이 됐다”라며 슬퍼한 것도 이런 인연때문이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대표작은 영화 ‘마지막 황제’의 OST로 아시아인 중에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테마곡’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 2015) 음악 등을 작업했다.

한편 사카모토 류이치는 지난해 6월 발행된 문예지 ‘신초’를 통해 시한부 소식을 알렸다. 수술을 받지 않고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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