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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상임위원 인선 표류…최민희 자리 두고 여야 대치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안형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부위원장 후임으로 최민희 전 의원 추천안을 단독 처리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방통위 상임위원 결원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여당에선 최 전 의원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야당이 추천을 철회하거나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야당에선 오히려 대통령의 직무유기라며 조속한 임명으로 방통위를 정상화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10일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총 5인의 방통위 상임위원 구성은 ▲대통령 지명 2인 ▲국회 추천 3인(여당 교섭단체 1인, 야당 교섭단체 2인)으로 이뤄진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상임위원은 ▲대통령 지명 한상혁(위원장)·김창룡 ▲민주당 추천 김현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부위원장)·김효재 등이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이 야당일 당시 추천했던 안형환 부위원장이 지난달 30일자로 임기가 만료됐고, 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 후임으로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한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 본회의에서 최 전 의원의 방통위원 추천안을 단독 가결했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의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하는 데다, 애초에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 추천한 자리인 만큼 이번에도 자신들이 추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의힘은 본회의 당시에도 집단 퇴장했다.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는 전일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위원은 여권 인사 3명, 야권 인사 2명으로 구성돼야 한다”며 “하지만 최 전 의원이 임명되면 여권 인사 1명, 야권 인사 4명이라는 법 취지에 어긋나는 구성이 된다”고 성명도 냈다.

성명에선 최 전 의원이 2018년 7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벌금 15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지적하며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하는 방통위원이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된 전력이 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큰 흠결”이라고도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 전 의원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전 의원 추천이 불가한 사유는 차고 넘친다”며 “민주당이 추천을 철회하지 않으면 대통령께 임명하지 말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전날 최 전 의원과 관련해 여러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그 부분(인사)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 상태다.

실제로 민주당의 최 전 의원 추천 후 열흘째인 현재까지 대통령의 재가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일 임기가 만료된 김창룡 상임위원의 후임은 윤 대통령이 지명해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인선에 대한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당은 그러나 방통위원 인선 표류가 더 이상 계속되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날 “방통위 결원 사태가 열흘 이상 이어지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유기”라는 성명으로 맞불을 놨다.

조 의원은 성명에서 “국민의힘은 본인들이 야당 시절 야당의 몫으로 추천했던 상임위원의 후임 자리를 두고 또 본인들이 추천하겠다고 우기고 있다. 정권 교체가 1년 가까이 됐지만 스스로 여당 신분을 망각하고 야당 몫까지 다 차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회에서 최민희 후보가 아닌 다른 인물을 추천했으면 임명을 했을 것인가? 아마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방통위를 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영방송까지 다 먹겠다는 심산이기 때문”이라고 공세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스스로의 신분을 자각하고 국정 운영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조속한 임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방통위원 인선을 둘러싼 여야 대치와 대통령실의 고심이 길어질수록 방통위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상반기 방통위 의결이나 정책 기능이 약화될이란 우려가 나온다.

방통위는 당분간 의결 가능 최소 정족수 3인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상혁 위원장 임기는 오는 7월31일, 김효재·김현 위원 임기는 8월23일까지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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