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폭주했던 에코프로 주가, 59만원→70만원까지 단 90분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 공장 투자, 미국 전기차 확대 정책, 1Q 실적 기대감 등 어우러진 듯
- 양극재 경쟁사 가운데 ‘나홀로 독주’… 증권가 우려와 기대 교차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배터리 양극재 대장주’ 에코프로 주가가 10일 상한가 달성에 근접하는 등 급등세를 연출했다. 에코프로에 대한 주식시장의 관심은 올해 초부터 이어졌지만, 이날의 상승은 그 폭이 이례적으로 컸다. 지난주 에코프로의 포항시 양극재 생산공장 투자 소식, 하루 앞둔 1분기 잠정실적 공개 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된 결과물로 분석된다.

지난 7일 57만9000원으로 마감한 에코프로 주가는 주말을 지난 10일 장 개시와 동시에 1만5000원 오른 59만4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8분만에 65만원 벽을 넘더니 10시30분경 70만원을 돌파하는 등 연이어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어 오후 1시께 73만9000원에 이른 에코프로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27.6% 상승을 기록, 상한가(전일 종가 대비 30% 상승, 75만2700원) 달성을 목전에 두기도 했다. 이날 비슷한 시각 양극재 분야의 주요 경쟁사인 앨엔에프,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3~6% 상승에 그쳐 격차가 컸다. 다만 에코프로의 같은 주가 독주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증권가에서도 ‘과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삼성증권 장정훈 애널리스트는 ‘지주사가 NAV(순자산가치) 프리미엄 받는 혼돈’이란 리포트에서 에코프로를 두고 “지주회사가 보유 지분 가치보다 20% 프리미엄을 받는 이상한 상황”이라며 “한국시장에서 지주사는 사업자회사의 보유 지분가치 대비 30~50% 할인율이 시장에서 동의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당초 에코프로도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양극재), 에오프로에이치엔(친환경) 분할 이후 30%~70% 할인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 3월부턴 오히려 프리미엄을 받는 상황이 연출됐단 얘기다.

이어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가치 부여는 ‘시기상조’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는 에코프로가 주가 프리미엄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비상장 자회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에코프로이노베이션(수산화리튬 임가공)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담겨있다고 본 까닭이다.

문제는 이들 자회사의 매출은 대부분 상장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양극재 제조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장 애널리스트는 이를 두고 “A가 음식 준비를 도와준 자녀 B에게 준 용돈을 그 집안의 새로운 가치로 평가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더불어 에코프로는 핵심 사업회사인 에코프로비엠보다 주가 및 주가 상승률 모두 앞서고 있다. 오후 1시 기준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17.4% 오른 30만25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모회사 에코프로 주가가 먼저 급등세를 연출하자 뒤따라 오르는 모습을 그렸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 3월30일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애널리스트는 ‘중장기 성장 굳건하나, 주가 과열권’이란 리포트에서 “에코프로비엠의 글로벌 경쟁력, 특히 하이니켈 삼원계 부문의 탁월함은 대체로 대체불가”라고 평가하면서 유미코어, 바스프, 레드우드, 닝보 론베이 등 국내외 경쟁사들의 미국과 유럽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난공불락인 우리 양극재 업체들의 위상을 고려하면 높은 가치 평가에 일견 동의한다”면서도 “향후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K-양극재 업체끼리의 경쟁만 남아 있다고 보는 건 지나친 낙관”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국내 경쟁 상황에 주로 머물러 있단 지적이다.

반면 주가의 추가 상승을 예측한 분석도 있다. 지난 3일 유안타증권 이안나 애널리스트는 ‘계속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란 리포트에서 “빠른 주가 상승으로 단기 조정 가능성 있지만 대표적인 성장산업(배터리)이라 조정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삼성SDI(에코프로비엠 주요 고객사)의 GM 수주를 시작으로 볼보 등 추가 수주 모멘텀이 기대된다. 미국 내 타이트한 수급으로 인해 장기 바인딩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 주가 상승과 연관될 개별 이슈로는 지난 6일 오후 발표된 에코프로의 포항시 양극재 공산 2조원 증설 건이 있다. 포항시와 경북도가 공식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2027년까지 2차전지 원료, 전구체, 양극재 등 소재를 종합 생산하는 ‘에코프로 블루밸리 캠퍼스(가칭)’을 건립할 계획이다. 2025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이며 이를 통해 현재 연간 18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보유한 에코프로는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71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때맞춰 주말인 지난 9일 미국 정부가 오는 2032년까지 자국 내 전기차 신차 비중을 67%까지 높이는 탄소배출 규제안을 수일 내 발표할 것이란 국내외 미디어 보도들이 전해지며 기대감에 불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전기차 신차 비율 상향을 강제할수록 완성차 업체는 더 많은 배터리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는 곧 배터리 제조사에 핵심소재를 공급하는 에코프로와 같은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와 이어진다.

이 밖에도 에코프로는 오는 11일 1분기 잠정실적 공시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서 예측한 에코프로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51% 성장한 8조원, 영업이익은 52% 성장한 5830억원이다. 1분기부터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미리 반영된 결과물로 해석해볼 수도 있다.

한편 과열된 시장 분위기는 오후 들어 일부 잦아들었다. 2시 이후 한때 60만원대로 내려왔던 에코프로 주가는 72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최근 에코프로의 목표 주가로 38만원을 제시한 바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전일 대비 13.59% 오른 29만25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엘앤에프,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경쟁사들도 오전 대비 일부 조정된 가격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