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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게임, 중국 판호로 출시 시동…외교 문제·현지 규제 ‘변수’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올해 초부터 한국 게임사들이 중국 진출 준비를 위해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한국 게임에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를 대거 내줬기 때문이다. 중국 판호를 발급 받은 한국 게임은 정식 출시 및 서비스 운영에 집중하고, 그렇지 못한 게임사는 중국 시장 문을 계속 두드렸다.

다만 한·중 관계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다시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 선언’을 두고 한·중 외교부가 정면충돌한 것이 계기다. 이에 따라 중국 진출을 노린 게임사 모두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급변하는 중국 시장 특성상 한중 외교 문제 변수 등으로 현지 시장 규제가 높아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판호 발급 자체도 다시 막힐 수 있어서다.

◆판호 발급 받은 게임사들, 분주한 움직임=외자 판호는 중국 외 다른 국가 게임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서비스할 때 필요한 일종의 면허다. 중국 진출을 노리는 한국 게임사에게 필요하다. 중국 게임 시장 문이 다시 활짝 열린 시점은 지난해 12월이었다.

당시 중국 규제당국은 외자 판호를 대거 발급했다.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을 비롯해 ▲넥슨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 ‘제2의나라:크로스월드’와 ‘A3: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 ‘샵 타이탄’ ▲엔픽셀 ‘그랑사가’ 등이 발급 받았다.

지난 3월에도 중국은 한국 게임에 외자 판호를 내줬다.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와 데브시스터즈 ‘쿠키런:킹덤’이다. 지난 3월 중순 외자 판호를 발급 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지 사전예약에 돌입했다.

넥슨게임즈는 외자 판호를 받은지 약 2주 만에 중국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중국 서비스는 ‘상하이 로밍스타(Shanghai Roaming Star Co., Ltd)’가 맡는다. 상하이 로밍스타는 ‘벽람항로’, ‘명일방주’ 등의 일본, 북미지역 퍼블리셔인 ‘요스타’ 자회사다.

쿠키런:킹덤 사전예약은 지난달 28일 중국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 채널에서 열렸다. 지난 3월 중국 게임사 창유와 텐센트게임즈의 합작 퍼블리싱을 알렸다. 창유는 게임사임에도 중국 게임 이용자 커뮤니티를 함께 운영 중이라는 강점이 있다. 텐센트게임즈는 중국 내 게임 점유율 44%를 차지하고 있는 현지 1위 게임사다.

◆중국 마음대로 휘두르는 규제에 K-게임사 ‘노심초사’=그간 중국은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내렸다. 중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보복 조치 차원인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사에 대한 판호 발급도 멈췄었다.

한국 게임은 이에 가로막혀 중국 내 서비스를 활발히 진행하지 못했었다. 중국은 지난 2020년까지 컴투스 ‘서머너즈워:천공의아레나’ 등을 포함해 단 2종에게만 판호를 발급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이 판호를 받고, 이어 넵튠 ‘이터널리턴 모바일’이 지난해 7월 판호를 받으면서 한국 게임사들도 다시 중국 시장이 풀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외자 판호가 대거 발급되자 꽁꽁 얼었던 한·중 관계가 어느 정도 풀렸다는 해석도 쏟아져 나왔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를 포함해 판호를 발급받은 타이틀이 없는 게임사들은 현지 퍼블리셔와의 접촉에 활발한 상황이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3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시장이 쉽게 열릴 것 같진 않다”면서도 “카카오게임즈가 갖고 있는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진출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는 변수다. 지난달 26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지정학적 사리사욕을 위해 지역의 안보를 고려하지 않고 문제를 확대하고 긴장을 조성했다”며 “이것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배치되는 것으로,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심기가 불편해진 중국이 보복 조치로 다시 판호 발급을 중단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게임 심사 채점제’ 등 규제당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받고 판호를 얻게 된 한국 게임들도 안심은 이르다. 게임사들은 중국 출시부터 맞춤 서비스 운영까지 현지 퍼블리셔와 공격적으로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지 게임 규제 수위가 높은 만큼, 언제 어디서 서비스 중지 카드가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감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 진출에 마음을 비우고 동남아 등으로 공략을 바꿨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빗장이 풀린 모습에 중국 판호 발급 도전을 더 적극적으로 해왔다”며 “다만 현재 현지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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