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로 이동하는 ★들…삼성과 코난 오브라이언의 만남, 의미는?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최근 성장이 주춤한 국내외 미디어업계에서 FAST가 새로운 수익모델로 급부상 중입니다. 특히 해외에선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FAST 플랫폼을 통해 독점 콘텐츠를 공급하는 추세로, 조만간 해당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뉴욕에서 진행된 2023 디지털콘텐츠 뉴프론츠(Digital content NewFronts) 행사에서 미국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과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는데요. 삼성전자의 FAST 플랫폼 ‘삼성TV플러스’(Samsung TV Plus)를 통해 코난 오브라이언의 새로운 토크쇼 ‘코난’을 독점 공급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자리에서 ‘코난’의 총괄 프로듀서 제프 로스는 "우리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 중 하나와 협력해, 쇼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게 됐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코난 오브라이언의 협력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FAST는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의 앞자리를 딴 단어입니다. 즉, 광고를 보면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 가능한 스트리밍 서비스죠.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유료방송 요금이 비싼 해외 시장에서 FAST는 이미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로쿠의 ‘더 로쿠 채널’, 파라마운트의 ‘플루토TV’, 컴캐스트의 ‘쥬모’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FAST 플랫폼입니다. 광고를 보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FAST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던 거죠.
국내에도 FAST 플랫폼은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 전용 앱으로 처음 선보인 삼성TV플러스는 현재 전 세계 24개국에서 2000여개의 FAST 채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외와 달리, 국내의 경우 TV제조사가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요.
그 배경엔 TV 판매량의 감소가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세계 TV 시장의 매출은 475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5% 축소됐다. 같은기간 TV 판매량은 9260만4000대로 집계, 역시 전년보다 6.8% 줄었습니다. 이는 더 이상 제조사가 TV판매를 통한 일회성 수익에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삼성TV플러스를 통해 광고매출과 TV 판매수익 이원화된 수익구조를 가져갈 것으로 분석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의 점유율이 높다는 점에서 전망은 밝습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글로벌 TV OS시장에서 타이젠의 점유율은 20.9%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는 구글 안드로이드로, 점유율은 43%였습니다. 최근 외신에선 삼성TV플러스가 삼성이 아닌 다른 제조사의 TV에 진출할 가능성도 나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에 (삼성전자의) TV는 1.3억대, 모바일 기기는 3.5억대 배급돼 있다”라며 “‘TV플러스 퍼스트’라는 내부정책 하에 삼성전자의 스마트TV를 켜면 첫 화면이 TV플러스에 대한 추천 화면이 등장하도록 했다. 또 전세계에 보급된 리모콘에 ‘삼성TV플러스’ 핫키(바로가기 버튼)를 탑재해 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으로, 삼성전자는 코난 오브라이언을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협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해외에선 크리에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FAST 사업자들 간 물밑경쟁이 한창인데요. 국내에서도 삼프로TV 등 유명 크리에이터가 패스트를 통해 진출하기 시작하면 관련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옵니다.
향후 삼성전자가 OTT를 비롯한 여러 방송사·제작사와의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현재 삼성TV플러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250개의 채널 가운데 K-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채널은 총 3개에 불과합니다.
콘텐츠사업자(CP)는 삼성TV플러스를 통한 콘텐츠 유통에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인데요. 글로벌 유통을 위해선 자막 제작 등 수백억원의 비용이 요구되지만, 아직 패스트 시장에서 삼성TV플러스의 성과는 입증된 바 없기 때문입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패스트 시장이 형성되려면 많은 사람들이 봐야하고, 거기에 광고가 붙어야 한다”라며 “제작사들이 아무리 (삼성TV플러스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고 싶어도 지금 현재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선 리스크가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FAST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FAST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거나 삼성 등 제조사에 콘텐츠를 탑재하는 방식”이라며 “하지만 이 둘은 결국 같다. FAST 플랫폼을 구축하더라도 제조사에 탑재하지 않곤 해외 시장에 콘텐츠를 유통하기 쉽지 않다. 삼성 등과 협력해 하나의 FAST 플랫폼을 함께 구축한다면 각개격파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삼성전자와 업계가 협력하게 되더라도, 광고에 대한 시청자의 반감을 어떻게 수습할지는 과제입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전통적인 TV와 FAST의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운데요. 일부 외신에선 “We’re back to TV”(우리를 TV로 다시 돌아왔다) 등 FAST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 전문가는 “광고는 업계에 매우 중요한 수익원이지만, 버즈피드나 바이스의 사례를 봤을때 때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된다”라며 “결국 콘텐츠 수명을 제대로 파악하고 광고와 구독을 적절히 가지고 가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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