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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미디어④] 제조사가 OTT 흡수?…미디어의 미래 'FAST'

강소현

지난 몇 년 동안 유료방송사의 역할은 크게 달라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과거 콘텐츠 유통에 집중했던 유료방송사는 최근 콘텐츠 제작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진 가운데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자연히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 역시 늘었다. 다만 수익모델은 과거와 그대로 가져가며, 콘텐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OTT를 비롯한 케이블TV(SO)·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사의 경쟁력 확보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새로운 시청 행태로 자리매김한 것도 잠시였다. 콘텐츠 제작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OTT는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시장의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에서 토종 OTT의 고민은 깊다.

이런 상황에서 OTT를 대체할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부상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TV다. 과거 OTT가 K-콘텐츠의 활로가 됐던 것처럼, 이번엔 TV가 K-콘텐츠를 포함한 OTT에 글로벌 시장 진출 통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채널의 형태로다.

◆ 광고 보면 무료인 ‘FAST’…유료방송 요금 비싼 미국서 주목

2일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미디어그룹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사내벤처인 뉴 아이디는 최근 삼성전자의 스마트TV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인 '삼성TV플러스'에 12개 FAST 채널을 론칭했다.

FAST는 광고를 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광고형 VOD(AVOD)’를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다. AVOD 콘텐츠를 하나의 TV 채널 형태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튜브와는 차이가 있다.

국내 대표 FAST 채널 사업자는 뉴 아이디다. 뉴 아이디는 국내 다양한 채널사용사업자(PP)·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손잡고, 삼성TV플러스(삼성전자)·LG채널(LG전자)·프리비(아마존)·로쿠 채널(로쿠)·플루토TV(파라마운트) 등에 FAST 채널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선 FAST에 대한 인지도가 낮지만, 유료방송 요금이 비싼 해외 시장에선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주목받아왔다. 국내와 비교해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의 유료방송 요금은 대략 8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광고를 보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 가능한 FAST 채널에 대한 수요가 글로벌 시장에선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는 이런 수요에 힘입어 오는 2025년까지 FAST 채널을 포함한 글로벌 AVOD 스트리밍 시장이 2600억 달러(한화 약 374조66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기도 했다.

◆ 미디어 미래로 지목된 FAST 채널…“결국은 제조사에 흡수될 것”

최근 시장에선 이런 FAST 채널이 미디어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까운 미래에 FAST 플랫폼을 보유한 제조사에 OTT 등 다수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흡수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디바이스 없이는 콘텐츠 제작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가입자 확보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TV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킬러콘텐츠 수급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삼성TV플러스’와 LG전자의 ‘LG채널’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의 로쿠(ROKU) 인수설이 제기된 데도 이런 이유가 존재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가입자를 보다 쉽게 모으기 위함이다.

로쿠는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를 판매하는 업체다.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는 스트리밍 채널을 제공하는 스틱형 제품으로, TV나 노트북에 이 제품을 연결하면 이 업체가 제공하는 패스트 채널을 별도의 요금 지불 없이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국내에선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사가 FAST 채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FAST 채널의 경우 방송법의 규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예컨대 FAST 채널의 경우 자유로운 편성이 가능하다. 현행법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해 방송채널사용사업을 신청하는 경우 방송분야를 설정하고 이런 방송분야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방송프로그램을 일정시간 이상 편성해야 하지만, FAST 채널은 여기에서 자유롭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고객들은 예전처럼 방송 콘텐츠만 선호하지 않는다. 이에 방송사도 온라인 클래스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 플러스(+)’ 등 온라인에서 인기 있었던 다양한 콘텐츠들을 방송 채널 쪽으로 끌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콘텐츠들을 TV와 같은 큰 화면으로 보고 싶어하는 니즈가 존재하는 가운데 FAST 채널에선 해당 콘텐츠들을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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