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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미디어③] 케이블TV 지역커머스 성공 가능성, 당근마켓으로 알 수 있다?

강소현

지난 몇 년 동안 유료방송사의 역할은 크게 달라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과거 콘텐츠 유통에 집중했던 유료방송사는 최근 콘텐츠 제작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진 가운데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자연히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 역시 늘었다. 다만 수익모델은 과거와 그대로 가져가며, 콘텐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OTT를 비롯한 케이블TV(SO)·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사의 경쟁력 확보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 올해 강원도 화천군에서 매해 열리던 산천어 축제가 취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다. 축제를 위해 준비했던 90t의 산천어도 졸지에 처치곤란한 신세가 됐다. 케이블TV 업계는 이런 산천어를 통조림으로 만들어 지역채널 커머스방송을 통해 판매했다. 덕분에 화천군 소상공인들은 취소된 행사의 매출을 보존할 수 있었다.

케이블TV(SO) 업계가 지역 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터넷TV(IPTV)·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신규 방송사업자들의 등장으로 위축됐던 SO는 권역사업자라는 특징을 살린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가운데 일각에선 SO가 지역사회에 기여한 바를 고려해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 2년 한시적 허용…상품 판매 실적 ‘고공행진’

28일 업계에 따르면 LG헬로비전·HCN·딜라이브 등 국내 SO 사업자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은 지역채널을 활용해 해당 방송권역 내 생산·제조된 상품을 시청자에게 맞춤형으로 홍보‧판매하는 방송 서비스를 의미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정부‧지자체 주관 소비 촉진 행사에 한해 SO의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을 2년간 허용하는 실증특례 적용을 결정했다. TV홈쇼핑 진출이 어려운 지역 소상공인 등을 돕는다는 취지다. 이에 입점 대상 역시 연 매출 4억원 이하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제한됐다.

SO의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천어 축제의 사례처럼 지역 축제 및 행사 취소로 닫혔던 유통 판로를 개척해, 서민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 2021년 6월부터 올 3월까지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을 통한 상품 판매 실적은 고공행진했다. 2021년 6~7월(동행세일·행사1건) 5400만원이었던 상품 판매 실적은 ▲8~9월(추석특집·행사3건) 1억4000만원 ▲10월(행사9건) 2억3000만원 ▲11월(행사6건) 3억1000만원 ▲12월(행사10건) 3억8000만원 ▲2022년 1월 3억8000만원 ▲2월 3억3000만원 ▲3월 4억9600만원으로, 9개월 동안 9배 넘게 성장했다.

지역 채널 커머스가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효과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리서치사 오픈루트의 김용희 연구위원이 2019년 산업연관표를 적용해 경제적 효과를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생산유발계수는 2.68로, 타 산업과 비교해 매우 높게 나타났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SO의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을 1일, 총 3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시간을 확대하는 경우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 투자 대비 높은 성과 내는 커머스 사업…"차별화 위한 투자는 필요"

소상공인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와는 별개로, 현재 SO의 매출 가운데 지역 커머스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른 지역 기반의 사업와 비교해 적은 투자로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지역 기반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높은 것도 지역 커머스 사업의 장래가 밝다고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당근마켓’을 예로 들면서 “생각해보면 당근마켓도 지역 커머스 사업이다. 이런 당근마켓의 매출액은 2021년 기준 260억원 수준이지만, 시장에서 기업가치는 3조로 보고 있다. 당근마켓의 취약점으로 거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부분들이 언급되는데, SO의 경우 이를 해소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SO에 남겨진 과제다. SO 사업자에겐 소비자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플랫폼이나, 결제 및 배송 시스템, 보안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투자가 요구된다. 또 이미 마켓컬리 등 지역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들과 어떻게 차별화된 방향을 가져갈 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 위원은 “SO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검증된 모델을 따라가려고 한다. 홈쇼핑 모델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여기에 대한 차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SO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을 감안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용희 연구위원은 “SO는 지역독점 프랜차이즈라는 명목 하에 여러 의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과연 SO가 지역 독점의 효익을 누리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누적된 규제로 IPTV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라며 “지역성을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정부의 직·간접적인 투자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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