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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미디어①] OTT 광고요금제, 국내서도 통할까?

강소현

지난 몇 년 동안 유료방송사의 역할은 크게 달라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과거 콘텐츠 유통에 집중했던 유료방송사는 최근 콘텐츠 제작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진 가운데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자연히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 역시 늘었다. 다만 수익모델은 과거와 그대로 가져가며, 콘텐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OTT를 비롯한 케이블TV·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사의 경쟁력 확보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광고요금제 출시를 위한 준비 절차에 일제히 돌입했다. 콘텐츠 제작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수익모델이 필요해지면서다. 이는 국내 OTT도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광고요금제 도입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제작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국내 OTT들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 글로벌 OTT, 연내 저가형 광고요금제 출시

26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연내 최소 6개국에서 저가형 광고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외신을 통해 알려진 넷플릭스의 광고요금제 가격은 월 7~9달러(한화 약 1만원~1만2800원) 수준이다. 이는 기본 요금제인 베이직 요금제(9.99달러)보다도 저렴하다.

앞서 넷플릭스는 올 1분기 가입자 성장세가 주춤하자 광고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광고를 도입해 요금을 낮추는 동시에 잠재적인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넷플릭스 측이 당시 공개한 주주서한에는 "광고 요금제 가입자를 늘리는 데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광고는 가입자 및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혔다.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1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는 2억2164만명으로, 직전 분기 대비 20만명 줄었다. 이어 2분기에도 97만명의 가입자가 이탈하면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비단 넷플릭스 만의 일이 아니다. OTT 사업은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 직후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한 달이 채 안 돼 빠져나가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액수 대비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가운데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광고요금제는 제작비를 확보할 해결책으로 대두되고 있다.

워너미디어브라더스 디스커버리도 빠르면 내년 상반기 OTT인 HBO맥스와 디스커버리플러스(+)의 통합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고, 광고 삽입형 무료 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데이빗 자슬라브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최고경영자(CEO)는 광고요금제 출시와 관련 “구독료를 지불하고 싶지 않은 소비자에게 훌륭한 라이브러리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서비스의 진입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도 오는 12월부터 광고 지원 요금제를 출시한다. 디즈니+의 구독료를 7.99달러에서 월 10.99달러로 인상하는 동시에 광고 지원 요금제를 도입한다. 광고 지원 요금제는 월 7.99달러(한화 약 1만1400원)에 제공될 전망이다.

◆ 진입장벽 낮추는 광고요금제…국내선 어렵다

전문가들은 광고 기반 요금제가 OTT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OTT 사업자들 역시 광고를 넣을 경우 가입자들이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광고 기반의 요금제를 선택한 것은 진입장벽을 낮춰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고 기반 요금제를 사용하다가 불편을 느낀 이용자는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전제 하에 광고 없는 요금제로 변경할 것”이라며 “광고 자체의 수익을 기대하기 보단 비용 부담을 낮춰 진입시킨 뒤 고가 요금제로 이동시키려는 전략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관계자들은 국내에선 광고 기반 요금제를 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유튜브가 관련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OTT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OTT 업계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의 경우 무료로 제공하던 라이브 채널도 오히려 없애는 추세"라며 "월 구독료를 안내더라도 들어오는 이용자가 충분히 많고 광고 매출로까지 연결될 것으로 판단됐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고를 끌어올 수 있을 만큼의 콘텐츠와 구독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국내 시장의 경우 플랫폼 간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고 관련 시장을 이미 유튜브가 독점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광고 기반 요금제가 구독자 확보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OTT의 경우 광고요금제 보단 결합상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정된 시장을 두고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무의미한 ‘제로섬 게임’이 이어지고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의 가입자를 락인(Lock-in·잠금)시킬 만한 요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시장에선 상품의 번들링(묶음판매)도 하나의 해결책으로 대두되고 있다. 단일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티빙이 지난 6월 티빙 내 ‘파라마운트플러스 브랜드관’을 론칭하고 제휴요금제를 선보인 데 이어 쿠팡은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들에게 쿠팡플레이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는 향후 타사와 제휴를 통한 결합상품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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