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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는 왜 와이파이 사업에 뛰어들까 [IT클로즈업]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케이블TV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기술중립성 도입으로 케이블TV와 인터넷TV(IPTV) 간 전송방식 칸막이가 사라지면서입니다. 위성방송과 인터넷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새로운 방송사업자들의 등장으로 위축됐던 케이블TV는, 결합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규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포부입니다.

재도약의 성패는 개별 사업자의 투자 적극성에 따라 갈릴 전망입니다.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결국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업영역을 보장받았던 과거의 사업환경과 달라진 만큼, 케이블TV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 케이블TV, 인프라 구축 제한에 경쟁력 약화

8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업계 대표단은 최근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KCTV제주방송에서 와이파이6E 시범사업과 IPTV 방식 서비스 시연회 및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기술중립성 도입의 연장선상에서 마련됐는데요. 국회는 지난 5월29일 본회의를 열고 방송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 간 전송방식 구분을 없애는 기술중립성 도입이 법안의 골자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까진 사업자가 가입자에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제한됐습니다. 현행법상 전송방식에 따라 매체를 구분해 온 가운데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서로 다른 전송방식이 강제됐기 때문인데요. 케이블TV·위성방송은 주파수(RF·Radio Frequency) 기반의 MPEG-2 신호, IPTV는 IP 신호만을 사용해 방송을 전송할 수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문제는 RF방식이었습니다. RF방식의 경우 가용 주파수 대역이 제한돼 채널 수 확대는 물론, 채널당 전송 용량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채널 수 확대와 신규콘텐츠 수용이 용이한 IP방식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긴 당연 어려웠고, 이는 결국 케이블TV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 기술중립성 도입 따른 기대↑…결합상품 경쟁력 확보 예상

기술중립성 도입으로 업계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는데요. 무엇보다 결합상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방송은 초고속 인터넷과 하나의 결합상품으로 판매됐습니다. 이 가운데 IPTV 업계가 이동통신을 결합상품에 추가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케이블TV와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SO의 가입자 수는 2009년 6월 말 153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공개한 2021년 하반기 유료방송사업 가입자 및 시장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SO의 가입자는 ▲7월 1296만5928명(유료시장점유율 36.58%) ▲8월 1295만2294명(36.45%) ▲9월 1293만8811명(36.32%) ▲10월 1292만4633명(36.19%) ▲11월 1290만4608명(36.09%) ▲12월 1287만8502명(36.01%)입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통신사업자와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통신사업자는 각 대리점에서 결합상품에 가입하는 경우 최대 4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지급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케이블TV 업계는 “유료방송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경품 제공이나 현금 마케팅 등의 출혈 경쟁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케이블TV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기술중립성 도입은 뒤처졌던 케이블TV 결합상품의 경쟁력을 어느정도 회복시켜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와이파이(Wi-Fi)6E가 대표적인데요. 와이파이6E는 와이파이6의 확장 표준으로, 5G(5세대이동통신)와 비슷한 수준의 다운로드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진행된 실내측정 결과에선 와이파이6E의 다운로드 속도가 오히려 5G를 앞섰는데요. 이런 와이파이6E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보다 경쟁력 있는 결합상품을 소비자들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통신사들은 결합상품으로서 모바일이라고 하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반면, SO는 방송과 인터넷 외에 결합할만한 상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빠른 속도의 와이파이6E는 결합상품에서 마케팅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습니다.

이어 “와이파이6E가 상용화되면 대용량 데이터를 유통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기존 케이블TV의 동축케이블(HFC)망으로는 그 정도 용량을 처리하기 어려웠다”라며 “기술중립성 도입으로 IP망을 깔면 와이파이6E 기반의 서비스 역시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지역성이라는 케이블TV 특수성…정부 지원 필요

현재 해외 케이블TV 업계의 경우 방송 외 여러 다른 사업들을 이미 시도 중인데요. 통신사로부터 망을 임대받아 알뜰폰(MVNO)사업을 하거나 지역 내 무선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엔 여기서 나아가 지역의 디지털전환(DX)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허가된 권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는 사업자이기에 가능한 부분입니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는 “미국 (케이블TV) 같은 경우 통신사로부터 망을 임대해 모바일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컴캐스트가 대표적”라이며 “모바일 가입자들을 굉장히 많이 끌어당기고 있으며 실적도 좋은 상황이다”고 전했습니다.

기술중립성 도입으로 국내 케이블TV 역시 신규 융합서비스를 기획·개발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이 가운데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투자는 업계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일각에선 ‘지역성’이라는 케이블TV의 중요성을 감안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케이블TV의 경우 과거와 달리, 지역 독점이라는 베네핏이 사라지면서 자본력이 부족하다. 약자가 된 지금, 가장 방송발전기금을 많이내고도 이에 대한 지원은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역성을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정부의 직간접적인 투자가 필요해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지역 내 경쟁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서비스 공급자가 있어야만 가격과 서비스 경쟁이 이뤄진다”며 ”SO 등 대체되는 유의미한 경쟁자가 없다면 통신3사가 담합해 서비스 개선이나 가격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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