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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막 흑자' SKIET, 신사업 축소하고 미국행 가시화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SKIET 폴란드 분리막 생산공장 전경. (사진=SKIET)
SKIET 폴란드 분리막 생산공장 전경. (사진=SKIET)

- 1분기 분리막 사업 흑자 전환, 해외 신규 고객사 확보 논의 순조로워
- 미국 진출 여부 연내에 확정...FCW 사업 축소하고 분리막 생산능력 확대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올해 1분기 분리막 사업 흑자전환에 성공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미국 진출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사측은 외부에서 우려한 신규 고객사 확보 논의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단 입장이다. 또한 신사업인 ‘FCW(플렉서블 커버 윈도우)’ 개발은 축소하고 당분간 분리막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SKIET는 지난 2일 공개한 2023년 1분기 실적에서 분리막 사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분리막은 2022년 기준 SKIET 매출의 99.8%를 담당한 핵심사업이다. 매출은 직전 분기(1771억원)보다 감소한 1428억원이지만, 일회성 비용 제거와 생산성 증가 효과에 따라 영업손익은 52억원 적자에서 1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1분기 실적만 비교하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영업이익 모두 소폭 증가한 모습이다.

캐시카우인 분리막 사업이 흑자로 돌아섬에 따라 SKIET의 미국 진출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전기차 제조사 및 배터리 생태계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미국 정부가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근거로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규모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액공제 조건을 만족하려면 분리막과 같은 ‘배터리 부품’은 2023년 기준 북미에서 50%이상 제조 및 조립되어야 한다. 특히 분리막은 배터리 제조 단계에서 양극재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분리막의 현지 생산과 공급 필요성이 높은 이유다. 게다가 요구 부품 비중은 매년 증가해 2029년에는 100%가 된다.

SKIET도 미국 진출에 긍정적이다. 다만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분리막 산업은 그 특성상 생산장비 규모가 크고 막대한 자본이 요구된다. 충분한 수익성 확보 전제는 필수다. SKIET의 미국 진출에 대한 외부의 우려도 고객사 다변화 가능성과 자금 여력에 쏠려 있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IET는 지난해 매출의 86.7%를 국내 배터리 3사로 추정되는 A사(59.9%), B사(15.9%), C사(10.9%)에 의존했다.

자료=SKIET 2022년 사업보고서.
자료=SKIET 2022년 사업보고서.

3사 모두 미국 현지 배터리 제조공장을 다양한 형태로 신·증설 중이지만, SKIET 입장에선 사업의 안정성 도모를 위한 고객 다변화가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올해 취임 첫해를 맞은 김철중 SKIET 대표도 “고객 다변화를 통한 시장 내 경쟁력 제고”를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최근 대외적으로 공개된 성과도 있었다. SKIET는 지난 1일 글로벌 9위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신왕다’와 배터리 분리막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SKIET 창저우 공장에서 생산된 분리막이 우선 공급되며 신왕다가 유럽에 진출할 경우 유럽 공장을 통한 분리만 공급도 협의 중이다.

관건은 미국 생산거점의 물량을 소화할 현지 고객사의 추가 확보다. 이에 대해 SKIET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상당히 많은 고객사들과 논의를 거치고 있지만 수주 기반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공개하기 어려운 단계”라면서도 “확실한 건 IRA 발효 이후 배터리 3사 외에 신규 고객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증설이 완료되는 유럽 폴란드 공장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해당 관계자는 “폴란드 공장 증설을 통해 한국과 중국 외에 유럽, 미국 고객사들의 요구 물량 공급을 협의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라며 “지리적 입지상 폴란드 공급의 물류 비용이 저렴하고 생산 규모도 훨씬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진출이 즉각 이뤄지지 않더라도 폴란드를 거점 삼아 신규 고객사를 확보한 뒤, IRA 배터리 부품 요건이 강화되는 시기에 발맞춰 미국행을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란 의미다.

실제로 미국 내 분리막 현지화 필요시점의 마지노선은 2028년이다. SKIET도 북미 시장 진출 타임라인으로 연내에 의사 결정을 마친 후 2027년까지 공장 인허가 및 건설, 2027년~2028년 사이 램프업(Ramp-up, 확장 및 안정화)을 이루는 것으로 제시했다.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2029년 배터리 부품의 100% 북미 제조·조립 요건에 맞춰 현지 분리막 공급이 이뤄지게 된다.

SKIET 미국 진출 예상 타임라인 (자료=SKIET 1분기 실적)
SKIET 미국 진출 예상 타임라인 (자료=SKIET 1분기 실적)

또 자금과 관련된 투자 여력은 “자금 확보 방안은 대출, 공적금융을 비롯해 다양하다”며 “공장 증설과 신설은 당연히 자금 펀딩에 대한 의사결정 후 이뤄지므로 북미 진출 발표 시점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륵’이 된 SKIET의 신사업 FCW 개발은 점차 축소된다. FCW는 접거나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 표면에 부착할 수 있는 투명필름 소재다. 양산은 2020년 4월 시작됐지만 수익성은 미미한 상태다. 개발 당시엔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으나, 막상 일부 스마트폰 기종 등을 제외하면 아직 실생활에 적용된 제품이 거의 없는 까닭이다.

FCW가 포함된 SKIET 2022년 매출은 수출 4억6200만원, 내수 6억6000만원 등 11억여원에 그쳤다. 직전연도 4억여원에 비해 증가했지만 연매출 5857억원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FCW 개요 (자료=SKIET 홈페이지).
FCW 개요 (자료=SKIET 홈페이지).

SKIET 관계자는 “FCW 사업을 철수하진 않을 것”이라며 “연구개발은 유지하되 관련 비용 절감 차원에서 규모를 계속 축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사실상 분리막에 ‘올인’하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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