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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커진 11번가…9월말 상장 가능할까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11번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1년 만에 50% 이상 급증했지만 이와 비례해 영업손실도 늘었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11번가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규모 확대는 물론 수익성 개선 과제가 시급하다. 11번가는 ‘11번가 2.0’ 전환으로 연간 매출액 1조원과 개선된 영업실적을 달성한다는 목표지만 기업공개까지 완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오는 9월 말까지 상장을 완료하려면 늦어도 상반기 중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해야하지만, 11번가는 지난해 주간사 선정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11번가는 2018년 H&Q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오는 9월말까지 상장을 완료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투자시장 분위기와 달리 11번가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마저 증가했다. SK스퀘어가 지난 15일 공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1번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31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0억원 더 늘었다.

11번가는 1분기 영업손실에 전년동기대비 늘어난 것은 맞지만, 직전 분기(455억원)와 비교하면 137억원 감소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11번가는 지난해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익일배송 ‘슈팅배송’을 위한 직매입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애플 브랜드관 도입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확대에도 주력했다. 즉 지난해 1분기는 11번가 2.0 전략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지 않던 시기다. 이 때문에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전년보다 늘었지만, 지난해 하반기 신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한 후와 비교하면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11번가 측은 “올해 3월 영업손실을 전년대비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며 “2분기부터는 전년동기와 비교해도 개선한 영업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IPO를 앞두고선 몸집을 키우는 전략도 중요하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재편이 계속되면서 11번가 부담도 커졌다.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큐텐은 위메프와 티몬, 인터파크커머스를 차례로 품으면서 국내 점유율을 단번에 높였다. 단일 기업으로 비교했을 때 우위에 있던 11번가가 규모에서 한순간에 밀리게 된 셈이다.

11번가는 외형확장을 위해 직매입 사업과 버티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4.5% 증가한 2163억원을 기록했다. 이번에 분기 처음 2000억원을 넘어섰다. 당기순손실은 248억원으로 전년대비 6% 줄었다.

신규 서비스 투자로 인한 고객 유입 효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1번가 모바일 앱 월 평균 방문자 수(MAU, 안드로이드 기준)는 지난해보다 약 60만명 증가한 월 933만명을 기록했다. 슈팅배송 기반 1분기 직매입 거래액은 전년동기대비 6배 늘었고, 같은 기간 구매고객 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

11번가는 올해 연간 매출액 1조원을 목표로 삼았다. 1분기 처음 2000억원을 넘어섰는데, 목표 달성을 위해선 분기마다 최소 25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해야 목표 도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상장을 추진했던 이커머스 업체 사례들을 살펴보면 외형확장만으로는 IPO 추진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넘어서며 전년대비 30% 이상 성장했지만 적자 확대 등으로 기업가치가 하락, 상장을 무기한 연장했다. 규모는 작지만 흑자경영을 하던 오아시스도 결국 IPO를 완주하지 못했다.

점유율은 물론 수익성 개선 모습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11번가 영업손실은 2020년 98억원, 2021년 694억원, 지난해 1515억원으로 점차 커졌다.

올해 1분기까지 적자폭 확대 기조가 이어진 11번가는 신사업 투자와 동시에 공격적인 비용절감을 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에 11번가 모회사인 SK스퀘어는 IPO 외 다른 방식으로 11번가 투자처를 찾고 있기도 하다.

11번가 측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건 변동 없지만, 시장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버티컬 서비스 투자를 지속하면서 오픈마켓에선 수익성을 개선, 직매입 사업 효율화를 통해 비용 절감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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