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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2030년 목표 매출 10조원 상향...자신감 원천은?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뱅크오브아메리카 컨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뱅크오브아메리카 컨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 LG화학 전사 매출계획 2030년 60조원에서 70조원으로 상향... 신성장 사업 비중 증가

- 지난 1년 간 전지 소재사업 규모 지속적으로 확장, 포트폴리오 다변화 기회 넓어져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LG화학이 2030년 목표 매출을 10조원 상향했다. 회사가 설정한 ‘3대 신성장 동력’ 중 2차전지(배터리) 소재 사업과 신약 사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예상보다 높아진 까닭이다.

LG화학은 16일 장래사업·경영계획 정정 공시를 통해 2026년 회사의 목표 매출을 40조원에서 45조원으로, 2030년 목표 매출은 60조원에서 70조원으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LG화학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한 목표를 1년3개월만에 수정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는 건 양극재·분리막·CNT 도전재 등이 포함된 2차전지 소재 사업이다.

LG화학은 이날 공시에서 2030년까지 전지 소재사업 매출 계획을 21조원에서 30조원으로 9조원 늘렸다. 신약사업 매출 계획은 1조원에서 2조원으로 조정했으며 친환경 소재 사업 매출은 8조원을 유지했다. 증가한 목표 매출의 90%를 2차전지 소재 사업이 책임지는 구조다.

LG화학의 16일 장래사업·경영계획 정정 공시 中.
LG화학의 16일 장래사업·경영계획 정정 공시 中.

이는 LG화학의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2022년 인베스터 데이 이후 LG화학은 전지 소재사업 부문에서 여러 굵직한 파트너십,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사업의 덩치를 키워왔다.

세부적으론 ▲2022년 5월 중국 화유코발트 자회사 ‘B&M’과 양극재 생산 합작법인 설립 ▲2022년 6월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울산 온산산업단지에 전구체 생산 합작법인 설립 ▲같은 달 유럽 분리막 시장 공략을 위한 일본 ‘도레이’와의 헝가리 합작법인 출범 ▲2022년 7월 미국 GM과 2030년까지 양극재 95만톤 공급 계획 합의 ▲2022년 11월 미국 테네시주에 대규모 양극재 공장 설립 계획 발표 ▲2023년 2월 북미산 리튬정광 구매계약 체결 ▲2023년 4월 화유코발트와 전북 군산 새만금산단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한 전구체 공장 설립 계획 발표 등 다양하다.

이들 투자가 당장 연내 매출 증가로 이어지긴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 증가한 시장 수요에 발맞추기 위한 생산능력(CAPA) 증대, 생산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공급망 안정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2026년 이후 매출 증가에 본격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날 목표 매출 정정 배경에 대해 “지난 인베스터데이에서는 목표 매출 비중이 기존 사업 30조원, 신성장 사업 30조원으로 반반이었다. 그러나 신사업 육성 계획이 순항하면서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의 무게 중심이 신사업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된 점을 발표하는 자리를 맞아 수치를 업데이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코리아 &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도 같은 내용의 매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또한 “LG화학은 유례없는 팬데믹과 지경학적 갈등 속 비상경영 체제에서도 지속가능 전략에 기반한 신성장 동력을 육성해 왔다”며 “LG화학의 중심축이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이라는 3대 신성장동력 비즈니스로 이동하는 근본적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주력인 양극재 사업은 파우치, 원통형 배터리 중심의 하이니켈 제품군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2023년 12만톤에서 2028년 47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 집중된 매출 비중은 신규 고객사 중심으로 다변화해 글로벌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단 방침이다. 미국 테네시주 공장 등 해외에 선제적으로 설립·운영할 양극재 공장 운영 노하우 등이 이 같은 계획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테슬라를 비롯해 완성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북미 거점을 확대하는 완성차 업체들도 LG화학의 잠재적 고객군이 된다. 경쟁사 엘앤에프가 올해 테슬라와 체결한 3조8000억원대 양극재 직납 계약이 좋은 선례다.

기존 하이니켈 양극재 외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최근 전기차 업계의 트렌드를 고려한 ▲고전압 미드니켈(Mid-Ni) ▲리튬인산철(LFP) ▲망간리치(Mn-Rich) 등, 중저가 양극재 사업 기회가 증가한 점도 LG화학 포트폴리오 다변화 선택지가 넓어진 요인이다.

이 밖에 중국을 배제하고 북미 중심의 신(新) 배터리 제조 공급망 재편을 위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구체화도 LG화학이 1년 전과 사업 전망을 달리하게 된 배경이 된다.

지난달 세부지침이 마련된 IRA는 올해부터 분리막을 포함한 주요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해야 세액공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시했다. LG화학은 유럽에 이어 미국 내 분리막 합작법인 설립도 고려 중임을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전세계 분리막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차세대 전기차 핵심 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2년 549억달러 규모였던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1476억달러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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