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일본에서 ‘제4이통’이 등장했더니 벌어진 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촉진 일환으로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진출을 기대하는 가운데, 해외의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진입 사례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부분은 경쟁 활성화와 요금 인하 등 긍정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2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김민희 연구위원에 따르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내 이동통신 시장의 평균 MNO(이동통신사) 수는 2021년 4분기 기준 3.6개다.
국내 MNO는 총 3곳(SK텔레콤·KT·LG유플러스)으로 평균에는 못 미치지만, 대체로 어느 국가든 3~4곳의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이 덜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이동통신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경우, 시장집중도를 의미하는 허핀달-허쉬만지수(HHI)가 하락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 사업자의 가입자 및 매출액 점유율이 줄고, 실제 이용자들의 요금 인하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프랑스의 프리모바일 진입 사례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 하기 위해 신규 사업자에 주파수를 할당하고 로밍 및 접속료 차등 등 정책 지원을 했다. 그 결과 프랑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인 일리아드의 자회사로 프리모바일이 2009년 12월 3G 모바일 면허를 획득해 2012년 1월 MNO로 진입하게 된다.
당시 프리모바일은 기존 사업자 대비 월등히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했는데, 최초 출시한 요금제의 경우 40개국 무제한 음성·문자 및 3GB 데이터를 19.99유로에 제공했다.
프리모바일은 시장 진입 이후 가입자 연평균 16.7%, 매출 연평균 12.9% 성장률을 달성했으며, 2021년 기준 가입자는 1345만명, 매출액은 약 24억 달러를 기록했다. 가입자 기준 점유율은 19.4%,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10.5%를 차지한다.
주목할 것은 프리모바일 진입 이후 기존 MNO의 가입자 점유율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프리모바일은 2012년 시장 진입 직후 6.7% 점유율을 차지했는데, 반대로 점유율 1위였던 오렌지는 6.1%P 감소한 결과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프리모바일 진입 직전 일정하게 유지되던 HHI는 하락했고, 사업자들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큰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ARPU 하락은 그만큼 가입자들의 요금 인하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규 사업자라고 해서 무조건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일본의 MVNO(알뜰폰) 사업자로 출발해 2020년 4월 MNO 시장에 진입한 라쿠텐모바일은 마찬가지로 기존 MNO 대비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당시 자사망 구축 지역이 도쿄·나고야 등에 한정돼 그밖의 지역에선 로밍을 해야 했다. 이는 2022년 기준 라쿠텐모바일의 가입자 점유율이 2.3%, 매출 점유율이 1%에 그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프리모바일과 라쿠텐모바일의 서로 다른 결과는 결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얼마나 이뤄졌느냐에 따라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김민희 연구위원은 “프리모바일은 정부로부터 정책적 지원을 받았는데 특히 정부가 기존 사업자에 로밍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자사 망이 없었는데도 바로 전국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면서 “반면 라쿠텐모바일은 초기에 지역적으로 망을 구축하고 그 외 지역에는 로밍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시사점을 볼 때 우리 정부도 신규 사업자 진입을 독려하기 위한 적극적인 유인 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실제로 이와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신규 사업자에 다양한 당근을 제시한 상태다. ‘5G 28㎓ 신규 사업자 진입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초기 할당대가 인하, 4000억원 자금 지원, 세액공제율 향상 등의 유인책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신규 사업자의 진출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은 28㎓ 주파수의 특성 때문이다. 기존 통신3사도 같은 이유로 28㎓ 주파수를 활용하지 못하고 정부로부터 할당 취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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