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경계 허문 커머스]  음식·꽃·비타민도 배달, ‘퀵커머스’ 배달앱이 달라진다

이안나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동네 반찬가게에 방문했는데, 매장에 사람이 없어 장사가 잘 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배달앱 주문 알람이 계속 오길래, 요즘 사람들은 집 반찬도 배달을 시켜먹는구나 싶었어요.”

최근 소비자 배달앱 활용도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한 배달주문 앱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소비자들 답답함을 풀어주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집에서도 기존 배달음식뿐 아니라 생선회, 커피까지 다양하게 끼니를 해결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주문 앱이다.

‘외식’ 대체역할을 하던 배달앱 활동 영역은 최근 크게 확장했다. 이제 사람들은 배달앱을 통해 집 반찬으로 쓸 나물과 정육점 고기를, 나아가 디지털 기기와 반려동물용품까지 주문한다. 바야흐로 배달과 유통 서비스 경계가 허물어진 ‘퀵커머스’ 시대가 본격 도래한 셈이다.

근거리 장보기조차 온라인으로 대신하는 소비자가 생겨나자 퀵커머스가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로 등장했다. 퀵커머스는 주로 근거리에 도보·오토바이·자전거 등을 이용해 1~2시간 이내 빠르게 배달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그간 이커머스 플랫폼이 많은 상품과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이었다면, 퀵커머스는 ‘빠른 배송’이 핵심 경쟁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세계 퀵커머스 시장은 2020년 250억러 규모에서 20205년 720억달러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물가 현상과 엔데믹 시기를 맞아 음식 배달앱 사용자가 조금씩 이탈하는 상황에서 퀵커머스 강화는 배달앱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된다.

배달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017년 2조7000억원 수준에서 2018년 5조3000억원, 2019년 9조7000억원, 2020년 17조3000억원, 2021년 25조7000억원으로 매년 급속도로 증가했지만,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주춤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음식배달 거래액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 연속 하락세다. 특히 지난 3월 감소율은 13%로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배민스토어 화면 예시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민스토어 화면 예시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달시장 성장이 정체할수록 관련 업체 퀵커머스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퀵커머스 서비스를 위해선 도심 내 다수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거나 도심 주거지 인근에 초소형 규모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설립해야 한다. 주요 배달앱들도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유통 기업과 협업하거나 자체 MFC를 만들어 사업 확장에 나섰다.

배달의민족은 신선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빠르게 배달하는 B마트를 지난 2019년 11월 출시했다. 일찍 퀵커머스 시장에 진입한 만큼 그간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온라인 즉시배달 커머스’로 변신 중이다. B마트는 주문 접수된 즉시 도심 곳곳에 위치한 MFC에서 고객 집으로 상품을 직접 배달하는 유통 시스템이다. 현재 서울, 수도권 경기 인천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배달의민족 측은 “B마트는 즉시배달이라는 목표 아래 지난해 상반기 평균 배달시간 27분, 1시간 이내 배달 완료 비율 98%를 기록했다”며 “지금도 빠르고 안전한 배송을 위해 도심 곳곳 물류센터 배치를 변경하거나 최적 배달거리를 찾는 등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12월 말 선보인 배민스토어는 프랜차이즈 외 개인사업자들까지 입점하면서 사용자 선택지가 넓어졌다. 배민스토어는 최근 소니·샤오미·보스 등 디지털기기부터 과일·꽃·도서·건강기능식품도 배달한다. 입점사가 많아지다보니 스토어 내 편의점·식료품·디지털스토어 등 카테고리로도 분류하게 됐다.

요기요와 GS리테일이 손잡고 요편의점을 출시했다. [사진=GS리테일]
요기요와 GS리테일이 손잡고 요편의점을 출시했다. [사진=GS리테일]

요기요도 요마트, 요편의점, 스토어 카테고리 등 배달 영역을 확장 중이다. 배민이 B마트를 위해 직접 도심 속 MFC를 만든 것과 달리 요기요는 GS리테일과 손잡고 퀵커머스 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빠르게 늘렸다. 퀵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요기요 내 ‘요마트’에선 신선식품·생활용품·문구·반려동물 상품과 이번주 특가, 1+1 항목까지 추가해 마트 장보기를 온라인으로 구현했다. 요마트에서 주문하면 그 지역 주변에 위치한 GS더프레시에서, 요편의점에서 주문하면 근처 편의점 GS25에서 배송해준다. 쿠팡이츠도 서울 송파구에서 쿠팡이츠마트를 시범 운영 중이다.

배달주문 앱들이 카테고리를 확장해 퀵커머스 시장 선점을 노리는 건, 단지 최근 음식배달 수요가 주춤해서만은 아니다. 어찌보면 배달앱 카테고리 확장은 예견된 흐름이다. 특정 카테고리 전문성을 높여 서비스하는 버티컬 플랫폼 업체들이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영역을 조금씩 확장하는 흐름과 동일하다.

배달의민족은 엔데믹 전환이 되기 전인 2021년, 온라인으로 열린 기술 콘퍼런스 ‘우아한테크콘서트2021’에서 “배민은 더이상 음식 배달 앱이 아니다. 이제 배민은 배달앱을 넘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한다”고 말한 바 있다.

퀵커머스 서비스는 이마트 에브리데이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나 마트에서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온라인 장보기가 보편화한 상황에서 장보기 수요를 이커머스에 뺏기지 않기 위함이다. 넓게 보면 음식만 주문하며 출혈경쟁을 벌이던 배달앱들이 이젠 배송 경쟁력 기반으로 타 이커머스 및 오프라인 매장 기반 유통기업들과도 경쟁하게 됐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