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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 AI 활용 어디까지 왔나…“이용자 공감해주는 NPC 만난다”

오병훈 기자
손윤선 크래프톤 버추얼프렌드팀 팀장
손윤선 크래프톤 버추얼프렌드팀 팀장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크래프톤은 ‘TTS(Text to Speech)’ 기술을 활용해 감정을 연기하는 AI에 대한 실효성을 확인했으며, 이를 게임 개발 엔진 ‘언리얼엔진’에서 실제 게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배포할 계획입니다.”

25일 손윤선 크래프톤 버추얼프렌드팀 팀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개최한 ‘2023콘텐츠산업포럼’에서 사내 AI 연구 사례를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손 팀장 외에도 박성필 픽셀플레이 대표가 참여해 올라 게임 산업 내 AI 활용 예시를 공유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연구 개발이 한창이다. 이에 맞춰 크래프톤은 이용자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 친구와 다양한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게임 환경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AI 윤리 전담팀을 설립하는 등 기술에서 파생 가능한 윤리 문제 예방을 위한 작업도 이어간다.

손 팀장이 소속된 크래프톤 버추얼프렌드팀에서 중점적으로 개발 중인 것은 현실 친구와 같이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게임 전략을 구상하는 AI 서비스다. TTS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게임 내 필요한 전략을 함께 논의하는 등 소통 기능을 갖춘 AI를 개발하는 것이다.

손 팀장은 “이용자가 게임 밖에서도 카카오톡이나 슬랙 등 소통 채널로 AI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며 “크래프톤에서는 사내 연구 차원에서 AI와 함께하는 멀티플레이 데모 게임 ‘딥 데이 나이트’와 ‘파인딩 미유’ 등을 개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딥 데이 나이트에서는 AI가 이용자를 위해 게임 전략을 구상 및 제안해준다. 파인딩 미유에서는 AI가 주변 게임 환경을 인지해 이용자에게 말을 건네기도 한다. 예컨대, 이용자가 어두운 동굴을 지나갈 때 AI 기반으로 제작된 논 플레이어 캐릭터(Non-Player-Character, 이하 NPC)가 “너와 함께라면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것도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박성필 픽셀플레이 개발부장
박성필 픽셀플레이 개발부장

크래프톤은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 프로세스 효율화 연구도 지속한다. AI를 이용한 이미지 추출 도구를 통해 원화가가 간단한 콘셉트 아트와 게임 테마를 입력하기만 하면, AI가 알아서 아트워크와 채색 등을 진행한다.

손 팀장은 “AI 활용을 통해 게임 개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면서, 제작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더 많은 창작자가 게임 시장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게임 이용자에게 새로운 게임 경험을 더 제공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래프톤은 AI 발달로 인해 발생 가능한 윤리적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사내 ‘AI윤리위원회’를 출범해 AI에서 파생되는 각종 윤리 문제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I윤리위원회에서는 AI 윤리 지침서(녹서)를 제작하는 등 활동을 지속 중이다.

손 팀장은 “AI 친구가 출현하면 이용자가 과몰입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현실 사람을 배제하고 AI에 감정을 의존하고, AI 친구에게 혐오 및 차별 등을 당하는 문제를 당할 수도 있다”며 “아주 먼 미래 일일 것이란 의견도 있으나, 크래프톤은 선제적으로 대책을 고민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AI를 게임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크래프톤과 같은 중견기업 게임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 게임사인 픽셀플레에서도 ‘AI 강화학습’을 통해 다양한 이용자 콘텐츠 사업을 개발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AI 강화학습은 개발자가 AI를 대상으로 원하는 작업을 수행할 때까지 훈련을 반복하는 학습 기법을 말한다.

박성필 픽셀플레이 개발부장은 “지금까지는 게임에서 이용자가 컴퓨터 시스템과 전투를 벌일 때, 공격패턴을 모두 외워 쉽게 승리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여기에 강화학습된 AI를 통해 이런 경우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강화학습된 AI끼리 경쟁을 붙여 이용자가 승부 결과를 예측하는 게임 콘텐츠도 개발하는 실제 개발 과정에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최삼하 숭실대학교 교수, 손윤선 크래프톤 버추얼프렌드팀 팀장, 박성필 픽셀플레이 개발부장, 임상훈 디스이스게임닷컴 대표, 김지인 그램퍼스 대표, 금현수 콘진원 미래정책팀 책임연구원
왼쪽부터 최삼하 숭실대학교 교수, 손윤선 크래프톤 버추얼프렌드팀 팀장, 박성필 픽셀플레이 개발부장, 임상훈 디스이스게임닷컴 대표, 김지인 그램퍼스 대표, 금현수 콘진원 미래정책팀 책임연구원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게임산업에 AI를 적용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체계가 세분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현수 콘진원 미래정책팀 책임연구원은 “인공지능이 더 발달하고 적용사례가 많아짐에 따라 정부의 제작 지원 적용 분야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AI 적용 분야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올해부터 콘텐츠와 AI가 연계돼 산업에 활용돼야 한다는 논의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빠르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에서 적절한 방안을 찾아줄 거라 생각한다. 콘진원에서도 지원 정책 우선순위를 무엇으로 둘지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2023콘텐츠산업포럼’은 오는 26일까지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열린다. 포럼에서는 ▲정책 ▲게임 ▲이야기 ▲음악 ▲방송 등 5개 분야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 주제 발표 및 토론회가 진행된다. 이날 포럼에서는 ‘게임’과 ‘이야기’ 분야 전문가가 무대에 올라 각 산업 AI 활용 사례 및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오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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