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2023] AI에 올인한 마이크로소프트··· 리더십 유지에 집중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2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례 개발자 행사 ‘빌드2023’이 막을 내렸다. 이틀간 최신 정보기술(IT)과 관련된 총 257개 세션이 진행됐다.
MS의 빌드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개발자들의 축제다. 일반 대중보다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기술적인 세션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개발자를 위한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이나 애저(Azure) 클라우드에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으로 차세대 AI 서비스를 구축하는 방법,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보안이나 쿠버네티스(Kubernetes) 등이 다뤄진다.
MS의 전문가들의 발표로만 행사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 MS의 최대 우군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를 비롯해 엔비디아, 인텔, AMD, 퀄컴, 엘라스틱, 깃허브, 데이터독, F5, 어도비 등 MS의 파트너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강조된 것은 AI다.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AI 경쟁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혁신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오픈AI와 협력해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MS는 ‘챗GPT’의 기술을 응용해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빙챗’을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팀즈 등 MS의 생산성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적용 범위를 확장한 AI 비서 ‘코파일럿(Copilot)’도 공개했다.
그리고 빌드2023에서는 코파일럿의 보편화, 대중화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개별 솔루션이 아닌 운영체제(OS)인 윈도나 웹브라우저인 에지(Edge) 등, MS가 보유한 플랫폼 전반에 AI 비서를 적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윈도에 기본 탑재될 코파일럿이다. 윈도 코파일럿은 하단 작업 표시줄에 기본 도구로 적용된다. 코파일럿을 실행할 경우 사이드바를 통해 자연어로 된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챗GPT나 빙챗과 같은 방식으로 동작한다.
가령 ‘어떻게 하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How can I adjust my system to get work done?)’라고 질문하면 포커스 타이머(Focus Timer)나 다크 테마(Dark Theme)의 적용을 추천한다. 문서파일에 대한 수정, 요약이나 작업물을 팀즈로 전송하는 등, 단순한 질의응답뿐만 아니라 다른 MS 앱과의 연동 기능도 갖췄다.
윈도 코파일럿은 오는 가을 정식 공개될 예정이다. 6월에는 미리보기(Preview) 형태로 제공되는데, 정식 공개 전 체험을 원한다면 이름과 이메일주소, 회사명과 간단한 질의응답을 하는 것으로 사전 신청할 수 있다.
에지에 적용될 코파일럿은 웹브라우징 환경에서 보다 쉽게 정보를 찾고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련성 및 활동을 기반으로 주소 표시줄에 컨텍스트 관련 파일 및 셰어포인트 사이트를 표시한다. 찾기(Ctrl+F) 환경은 스마트 파인더로 개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MS의 설명이다.
MS가 에지를 소개하며 특히 강조한 것은 비즈니스용 웹브라우징에 최적화됐다는 점이다. 비즈니스용 에지는 애저 액티브 디렉토리(AAD) 로그인으로 활성화되도록 해 엔터프라이즈에서 요구되는 보안을 충족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는 비즈니스용 전용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 현재 미리보기 형태로 제공되며, 수개월 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코파일럿이 윈도에 기본 탑재한다면 AI 시장에서의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사례도 있다. 지금은 서비스 지원이 종료된 인터넷익스플로러(IE)다.
MS는 1995년 IE 1.0을 출시했다. 당시 웹브라우저 시장은 넷스케이프가 지배하던 때다. 넷스케이프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전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의 점유율 70~80%를 유지했다. 지금의 구글 크롬 이상의 위상이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MS가 1998년 출시한 윈도98에 IE를 기본 웹브라우저로 탑재하면서부터다. 유료 모델이었던 넷스케이프와 달리 완전 무료로 제공되는, 또 윈도에 기본 설치돼 있는 IE는 넷스케이프가 가진 점유율을 순식간에 흡수했다. 이후 IE의 시장 지배는 크롬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25여년의 시간이 흘러 상황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전통의 AI 강자인 구글이 ‘바드(Bard)’ 등으로 MS를 추격하는 중이다. 첫 공개 때 오류를 보이던 바드는 업데이트를 통해 챗GPT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으로 평가받는 생성형 AI로 성장했다.
이처럼 구글이 MS-오픈AI 진영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MS는 윈도에 코파일럿을 내재시킨다는 강수를 뒀다. IE 때와 다른 점은, 당시 추격자 입장이었던 MS가 시장을 선점한 리딩 기업이라는 것이다.
윈도 코파일럿에 기대되는 부분은 생성형 AI의 보편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챗GPT 한국 사용자는 220만명 수준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지만 전체 인구의 5%도 사용하지 않는다. 글로벌 사용자 2억명도 전 세계 인구 비율로 따지자면 3% 이하다.
MS의 IE 기본 탑재 및 무료화를 ‘끼워팔기’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IE가 인터넷의 보편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윈도 코파일럿 AI 시장에서 MS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그 과정에서 AI의 보편화를 이끄는, IE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챗GPT의 인기에 제동을 건 것은 보안이다. 기업 관계자들도 챗GPT를 사용하는 가운데 입력한 명령어가 학습에 사용되면서 내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챗GPT 사용을 금지한 이유다. 이는 애플이나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해외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는 최근 AI 기업들이 ‘책임 있는 AI’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이다. 생성형 AI를 내놓는 기업들 대부분은 성능을 앞세우기 전에 안전, 신뢰부터 강조하는 중이다. 실제 MS의 생산성 앱에 적용되는 코파일럿과 같은 경우 엔터프라이즈용 솔루션인 만큼 보안 우려가 없을 것으로 평가됐다.
MS는 이번 빌드2023에서도 코파일럿의 안전성, 또 안전한 LLM 사용 방법 등을 위한 세션을 여럿 마련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최고경영자(CEO)부터 케빈 스콧(Kevin Scot) 최고경영자(CTO)를 비롯해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인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 안드레아 카르파티(Andej Karpathy) 등도 어떻게 하면 신뢰할 수 있는 AI를 강조했다.
MS AI 책임자 사라 버드는 “회사 목표는 AI 시스템이 공정하고 포괄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달성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이해하는 것이 MS가 AI 원칙을 세우는 기본단계”라며 “MS 전문가는 콘텐츠 심각도를 구분하고, 사용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앱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 새롭게 출시될 AI를 적용한 오디오와 비디오도 이와 같은 AI 활용 방식이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빌드2023에서 AI만큼이나 강조된 것은 플랫폼, 생태계다. MS는 자사가 보유한 모든 기술에 코파일럿을 적용하고 나섰다. 이는 윈도, 에지, 애저와 같은 MS의 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자들을 위한 개발홈(DevHome)도 그중 하나다. 데브홈은 개발 워크플로우 간소화를 위한 윈도용 패키지 관리 ‘윈겟(WinGet)’ 구성, 파일시스템 성능 향상을 위한 ‘데브드라이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대시보드 등을 제공한다. 깃허브에 쉽게 연결해 MS 데브박스나 깃허브 코드스페이스를 사용해 클라우드 내 코딩 환경을 구성할 수도 있다.
MS에 따르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의 윈도 채택율은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작년 개발에 사용된 월별 윈도 디바이스 수는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이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윈도 친화적인 서비스가 대거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윈도11 코파일럿을 오픈소스로 배포하는 것 역시 생태계 강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스콧 CTO는 “우리는 코파일럿이 오픈 생태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MS가 만들고 있는 코파일럿이 있지만, 여러분이 만드는 것도 훨씬 더 재밌고 훌륭할 수 있다. 그것을 보기를 기대한다”며 “개발자 여러분이 PC를, 인터넷을 더 훌륭하게 만들도록 하는 플랫폼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델라 CEO는 빌드2023 기조연설에서 “스티브 잡수는 컴퓨터를 정신을 위한 자전거라고 은유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했다. 그리고 우리는 챗GPT의 등장으로 자전거에서 증기기관으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챗GPT가 IT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그는 1972년 개념이 정립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 ‘제록스 알토(Xerox Alto)’를 시작으로 1976년 애플 및 IBM에 의한 PC 대중화, 1990년 월드와이드웹(WWW)의 대두, 2007년 아이폰 및 클라우드 등 시대를 혁신한 ‘드림머신(Dream Machine)’의 계보를 언급하며, 챗GPT가 그 반열에 속한다고 피력했다.
나델라 CEO는 “지금 개발자를 위한 환경이 변하고 있다. ‘챗GPT’의 등장은 현세대의 모든 AI 플랫폼을 개선했고, 모든 개발자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시기가 도래했다. 예전에는 몇분이 걸리던 코드 작성을 수초 만에 할 수 있게 됐다. 1시간 만에 몇주가 걸리던 것을 해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가 개발자로서 물어야 하는 것은, 왜 빌드(개발)을 하는가다. 경제적인 성장과 기술은 계속해서 관계돼 왔다. 기술이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서만 우리가 빌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수명이나 교육, 삶의 질 개선 등 인류의 진보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오늘날 기술은 80억명, 모든 사람들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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