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넷플릭스가 망원동에 ‘예능 편집실’을 만든 이유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예능은 다른 장르와 달리 여러 PD와 작가가 참여하는 집단 창작 시스템이 강하게 작동한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개성과 가치관이 한 프로그램으로 완성되려면 결국 소통이 중요하다. 넷플릭스 예능 편집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지난 2022년 6월, 넷플릭스는 오직 넷플릭스 한국 예능 편집을 위한 전용 편집실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인근에 마련했다. 총 5층 건물로, 1층 카페를 제외하고 2~4층에는 22개의 개인 편집실과 2개의 회의실 및 휴게 공간을 갖추고 있다.
넷플릭스가 예능 편집실을 만든 이유는 콘텐츠 제작에 있어 ‘포스트 프로덕션’(후반 작업)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하정수 넷플릭스 포스트프로덕션 총괄은 8일 망원동 편집실 내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후반 작업은 요리가 제 시간에 서빙될 수 있게 실제 조리를 하는 과정”이라면서 “작품 퀄리티에 굉장히 중요한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후반 작업에는 촬영하면서 이뤄지는 데이터 백업 아카이빙, 4K와 HDR 등으로 이뤄지는 이미지 편집과 애트모스 믹싱 등 사운드 편집, 기술 결함이 없는지 확인하는 IMF 마스터링 QC, 더빙·자막·마케팅·심의 등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하 총괄은 “편집은 ‘두 번째 글쓰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며 “그래서 한국 예능 제작 특징에 맞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편집 과정에 참여하는 창작자들의 작업 환경은 심히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하 총괄은 “빠른 시간 내 제작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기존 방송국 내 편집실 대다수는 창문도 없고 환경적으로 많이 열악한 편이어서, 이를 최대한 보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 총괄은 “넷플릭스에서 예능 편집실을 따로 둔 곳은 한국밖에 없다. 미국 같은 경우 편집자들이 자기 공간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영화나 드라마는 소규모 인원으로 후반 작업이 가능한 것에 비해 예능은 편집 시간이 길어 개인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서포트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이날 넷플릭스의 망원동 편집실을 방문해 직접 공간을 둘러 봤다.
널찍한 창문을 갖춘 개인 편집실은 약 2평 공간으로, 기본적인 편집용 장비 외에 편집자가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1인용 리클라이너 등이 구비돼 있다. 일반적인 방송국 내 편집실이 1평이 채 안 되는 비좁은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매우 쾌적한 환경이다. 편집실 외에 간단한 취식이 가능한 휴게 공간도 마련돼 있으며, 2층에는 공용 편집실과 회의실이 있어 팀 협업이 필요한 경우 이용 가능하다.
프로그램 제작사 스튜디오 모닥 소속의 김인식 PD는 넷플릭스와 함께 오리지널 예능인 ‘코리아 넘버원’ ‘성+인물: 일본편’ 등을 이 예능 편집실에서 제작했다. 김 PD는 이날 간담회에서 “예능은 다른 장르와 달리 여러 PD와 작가가 참여하는 집단 창작 시스템이 강하게 작동하는데, 그 과정에서 각자의 개성과 가치관이 한 프로그램으로 완성되려면 결국 소통이 중요하다”며 “넷플릭스 예능 편집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김 PD는 “FD 2명을 포함해 전원이 개인 편집실이 있으니 굳이 날 잡고 회의하지 않아도 그때그때 얘기하고 후배들에게도 일정 부분 편집을 맡길 수 있었다”며 “이곳에선 보통 한층 전부를 한 팀이 전부 쓰기 때문에 좀 더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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