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투자 축소 대비해야"…K콘텐츠 경쟁력, 해외 간접 진출로 답 찾는다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국내 콘텐츠 제작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콘텐츠 유통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월 구독료가 곧 국내 제작사에 대한 투자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비교적 파이가 큰 해외시장에서 구독자를 확보해 국내 제작사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콘텐츠 업계에선 직접 진출만이 답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직접 진출을 하는 경우 사업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국내 콘텐츠 기업은 현지 제작사를 인수하는 등 콘텐츠 생산라인의 다각화를 통해 경쟁력을 모색 중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콘텐츠 수출액은 124.5억 달러(약 16조 3107억원)로, 수출 주력 상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같은기간 기존 핵심 수출 주력 상품인 가전제품과 전기차, 디스플레이 패널의 수출액은 각각 86.7억 달러, 69.9억 달러, 36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업계에선 시장의 파이가 작은 한국에선 K콘텐츠의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 넷플릭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OTT 사업자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넷플릭스가 경쟁에서 이겼다’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넷플릭스도 이러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히 넷플릭스는 미국 주요 스튜디오들이 자체 OTT 계획을 수립하면서 자사와의 콘텐츠 배급 계약을 중단하자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라며 “하지만 경기 침체 이전부터 국내 역시 제작 단가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넷플릭스에게 K콘텐츠가 곧 매력적이지 않은 상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 대비 나선 콘텐츠 업계…첫 전략은 글로벌 유통채널 확보
업계도 최근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대비에 나섰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유통 채널 확대로 작품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핵심이다.
먼저, CJ ENM은 북미 시장의 메이저 플랫폼 및 제작사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유통 채널을 확장해 왔다.
CJ ENM은 2021년 12월 미국 메이저 종합 미디어그룹 파라마운트 글로벌(전 바이아컴CBS)과 전방위적 파트너을 체결하고, 이듬해 6월 자사 OTT인 티빙 내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론칭했다.
동시에 CJ ENM은 북미 FAST 플랫폼을 통해서도 콘텐츠를 공급 중이다. FAST는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의 앞자리를 딴 단어로, 광고를 보면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 가능한 스트리밍 서비스다. 2021년에는 파라마운트의 FAST 플랫폼인 플루토 티비(Pluto TV)에 브랜드관 ‘K-Content by CJ ENM’을, 2022년에는 로쿠의 ‘더 로쿠 채널’(The Roku Channel)에 브랜드관 ‘About K-Content by CJ ENM’을 론칭했다.
최근엔 애플TV에도 ‘CJ ENM Selects’ 브랜드관을 론칭해, .99를 내면 최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SVOD(정액제 구독형 비디오 서비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 '제작사 협업→인수'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나서… “미드 제작도 직접”
제작사 간 콘텐츠 공동 제작을 통해 제작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현지 제작사를 인수해 현지화 작업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고 있다.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려면 해당 국가 콘텐츠의 IP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먼저, 스튜디오드래곤은 미국 및 글로벌 시청자를 타깃으로 미국 제작사와 공동 기획·개발하고 있다. ‘더 빅도어 프라이즈’와 ‘설계자들’,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 등을 포함해 약 20개다.
특히 지난 3월 애플TV에서 공개된 ‘더 빅도어 프라이즈’(The Big Door Prize)는 국내 제작사가 미국 드라마를 제작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미국 유명 제작사 스카이댄스 텔레비전(Skydance Television)과 글로벌 콘텐츠 공동 제작 및 투자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체결한 뒤 처음 제작한 작품으로, 미국 작가 M.O.월시(M.O.Walsh)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개개인의 잠재된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비로운 기계가 잡화점에 갑자기 나타나면서 마을과 그 주민들의 인생이 영원히 바뀌어 버리는 이야기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시즌1이 채 종료되기도 전인 2023년 4월 5일 애플TV+가 시즌2 오더를 확정한 상황”이라며 “시즌이 이어지면 제작사가 IP 홀더로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CJ ENM도 2022년 초 미국의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 시즌(구 엔데버 콘텐트)을 인수해 미국 메이저 플랫폼에 영화와 드라마를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 피프스 시즌 제작 작품 중 2022년 딜리버리 된 작품은 총 14편으로, 2023년 영화와 드라마 부분에서 2022년 보다 더 많은 작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드라마 시리즈 상당수는 이미 넷플릭스, 애플TV+, 아마존비디오프라임, 훌루(HULU), HBO 맥스 등 글로벌 OTT에 납품이 확정된 상황이다.
중앙그룹 산하 콘텐츠 기업인 SLL도 2021년 5월 미국 프리미엄 콘텐트 제작사 wiip를 인수하고, 글로벌 단위의 구독자 확보에 나섰다. wiip은 전 ABC 네트워크/스튜디오 사장 폴 리(Paul Lee)가 2018년 설립한 콘텐트 제작사로,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TV+ 등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인 ‘Bodkins’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설립한 제작사 Higher Ground Productions과 wiip이 함께 선보이는 첫 드라마 시리즈로, 2023년 기대작으로 꼽힌다. 해당 작품은 다크 코미리 스릴러로, 각양각색의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아일랜드의 한 해안 마을에서 일어난 미스터리 실종사건을 파헤치며 알게된 기이하고 충격적인 진실을 다루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간접적인 해외 진출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국내의 경우 콘텐츠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이 외부 충격에 굉장히 약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완제품을 판매하는 해외 진출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플랫폼 자체가 진출해야 한다고 보지만 사실 글로벌 유통 측면에서 보면 콘텐츠 거래를 담당하는 중요한 바이어, 투자자들이 따로 있다”라며 “예컨대 우리 콘텐츠가 아닌 터키 콘텐츠가 팔렸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대한 이익을 투자를 통해 배당 받을 수 있다. 투자자와 유통망을 글로벌화하는 동시에 수익을 국내로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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