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식당 운영과 비슷한 개발 업무” , 무리하고 막연한 애자일·협업은 그만해야

이종현 기자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금융 산업을 위한 오픈소스 활용 및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략 가이드' 세미나. 발표 중인 변현창 한국레드햇 상무.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금융 산업을 위한 오픈소스 활용 및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략 가이드' 세미나. 발표 중인 변현창 한국레드햇 상무.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알잘딱깔센’이라는 말이 있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하라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매번 알아서 잘 깔끔하고 센스 있게 할 수 있나. 이건 일을 못하는 조직에서 나오는 말이다. 좋은 원칙(Principle)과 관례(Practice)를 바탕으로 일을 자동화시키고, 직원을 잘 교육시키면 조직의 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딜리버리의 속도도 높아진다.”(한국레드햇 변현창 상무)

14일 한국레드햇은 <디지털데일리>와 함께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금융 산업을 위한 오픈소스 활용 및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략 가이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은행 및 금융권 정보기술(IT) 분야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해 최신 트렌드를 공유받았다.

변현창 한국레드햇 상무는 세미나에서 ‘클라우드 네이티브를 위한 조직·문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레드햇 합류 전 본인의 개발자 커리어 과정에서, 또 스타트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재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그는 외식 경영 전문가 백종원 씨가 나오는 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을 언급하며 “함께 일하던 시니어 개발자에게 ‘예능을 봤는데 꼭 우리 같더라’라는 연락이 왔다. 무슨 내용인가 했더니 백종원 씨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음식 장사를 하는 거더라. 며칠 만에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엄청난 손님이 몰렸고 그때부터 갖은 문제가 생기고, 이걸 해결하는 일의 반복이었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식당 운영과 개발이 똑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내 백종원 씨의 음식점은 직원의 업무 과부하로 직원들의 부하가 커졌고, 이는 서빙 속도 저하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솔루션 내세운 내부 소통체계를 변경, 내부 직원에 대한 교육, 지연의 원인이 된 야외 테이블 철거 등이다. 변 상무는 이를 두고 IT 기업에서도 그대로 적용해도 될 내용들이라고 전했다.

변 상무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알잘딱깔센)’을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일 못하는 조직의 모습”이라고 비판하며 “개발이나 운영에 대한 좋은 노하우는 이미 많이 발굴돼 있다. 지속 가능한 속도, 자동화, 지연제거, 페어링(Pairing) 수준의 교육 등이다. 이런 걸 잘 하면 조직 문화가 바뀐다”고 피력했다.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금융 산업을 위한 오픈소스 활용 및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략 가이드' 세미나.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금융 산업을 위한 오픈소스 활용 및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략 가이드' 세미나.

막연한 협업, 소통, 애자일 등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그는 “이 세상에 협업이라는 말 만큼 모호한 단어는 없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협업일까. 가령 회의를 15분 만에 끝내라고들 하는데, 아이디어를 짜내고 토론하는 게 15분 만에 가능한 일인가? 회의와 미팅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회의는 15분 만에 끝내야 한다’ 같은 추상적인 말은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직 문화 개선에서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팀이 일정한 작업을 완료할때까지 걸린 시간, 스프린트(Sprint)를 2주 단위로 설정할 경우 6개월만 지나면 직원의 건강이 무너지면서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나온다고도 말했다. 스크럼(Scrum)과 같은, 애자일 프로젝트 관리 프레임워크를 도입한다고 해서 조직이 민첩해지는 것이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변 상무는 “애자일의 기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 IT 조직이 애자일을 추구하는 것은 빠르게 개발하기 위함이다. 그러려면 애자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애자일의 가장 큰 원칙은 믿고 신뢰하는 것인데, 이걸 무리하게 전체 회사에 적용한다든지 하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서 “테스트 코드를 먼저 짜고 설계를 단순화하자. 지속적 통합 및 배포(CI/CD) 파이프라인을 자동화하고, 작게 일하고 자주 배포하자. 이런 것들을 잘 지켰을 때 클라우드 네이티브한 조직·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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