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슬기로운 소비생활] 중고거래 물품, 알고 보니 불량…환불 가능할까?

이안나 기자
[사진=소비자24 갈무리]
[사진=소비자24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일상생활에서 이제 중고거래 플랫폼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서비스가 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액 규모는 2008년 4조원대에서 2021년 24조원으로 급성장했다.

문제는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용자 간 분쟁도 함께 늘어났다는 점이다. 보통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를 받는다. 가령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했는데 하자가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7일 이내 청약철회(환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판매업자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자상거래법은 개인 간 거래인 중고거래엔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피해구제나 분쟁절차 및 기준 등을 활용하기 어려워, 협약을 통해 원활한 분쟁 해결을 도모하려는 필요성이 떠올랐다.

최근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4개사(당근마켓·번개장터·세컨웨어·중고나라)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이 ‘분쟁해결기준’을 마련한 이유다. 분쟁해결기준은 실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구체적 합의 또는 권고 기준을 제시한다.

기준은 물건 품목을 불문하고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일반적 분쟁해결기준’과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특별히 적용되는 ‘품목별 분쟁해결기준’으로 구분한다.

일반적 분쟁해결기준에서 물건 하자로 인해 구매자가 중고거래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반품에 필요한 택배비용 ▲안전결제 수수료 ▲기타 원상회복에 필요한 비용은 ‘판매자’가 부담할 것을 명시했다. 단, 안전결제 수수료에선 중고거래 플랫폼이 수수료를 구매자에게 환급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중고거래에서 물건 하자란 ‘판매자와 구매자가 사전에 합의하거나 묵시적으로 전제한 거래 목적물의 수량, 품질 또는 성능이 결여된 것’을 의미한다. 물건이 본래 기능을 하는 데 지장이 있는 경우를 ‘중대한 하자’, 그렇지 않은 경우는 ‘경미한 하자’로 본다.

만약 중고거래 물품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이를 전혀 알리지 않았거나 “사용감이 있다”고 말했다면 판매자가 물건을 반환받고 구매대금 전액은 물론 택배 비 등 비용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물품 하자를 알리긴 했지만 고지를 한 것보다 더 중대한 하자가 있을 경우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구매대금 최대 50% 또는 수리비 일부를 배상한다. 물건에 경미한 하자가 있는데 이를 전혀고지 않았을 경우엔 판매자는 구매대금 최대 30% 또는 수리비 최대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한다.

즉 구매자는 중고거래 물품이 불량일 때 환불 혹은 그 일부를 배상 받기 위해선 ▲판매자가 물품에 하자가 있음을 알렸는지 ▲하자의 정도가 고지한 것보다 중대한지 ▲해당 하자가 거래 이전 발생했음이 강하게 추정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공정위, 한국소비자원, 중고거래 플랫폼 4사 업무협약식이 진행됐다. [사진=한국소비자원]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공정위, 한국소비자원, 중고거래 플랫폼 4사 업무협약식이 진행됐다. [사진=한국소비자원]

이중 스마트폰, PC 등 거래 게시글이 많은 중고 전자제품 분야를 시작으로 품목별 분쟁해결기준을 세분화한다. 일반적 분쟁해결기준과 동일하게 판매자가 물품에 하자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 얼마나 심각한 하자가 발견됐는지, 하자가 있음을 말은 했지만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에 따라 배상이 달라진다. 여기 더해 구매자가 언제 하자를 발견했는지도 중요 요소가 된다.

가령 판매자가 스마트폰을 거래하며 경미한 하자가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 사용해보니 그 정도가 훨씬 중대한 경우, 구매자가 물건 수령 즉시 그 하자를 발견했으면 판매자는 구입가를 환급하거나 수리비를 배상해야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도 제한 될 수 있다.

같은 상황에서 구매자가 물건 수령 후 10일 이내 중대 하자를 발견한 경우 판매자는 구입가 30% 또는 수리비 50% 중 적은 금액 환급을 배상한다. 물건 수령 후 한달 이내 발견했다면 구입가 20% 또는 수리비 30% 중 적은 금액을 환급한다.

구매자에게 물건이 인도되기 전 배송업자 실수로, 혹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멸실·훼손됐을 경우 분쟁해결기준도 제시했다. 상품 멸실 시 판매자는 구매자에 구입가를 환급해야 하고 경미한 훼손엔 수리비 배상을 해야 한다. 환급 및 배상금액은 각 항목별 % 범위 내에서 구체적 사정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구매자도 하자를 발견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환불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매자가 이미 알고 있는 하자에 대해선 판매자가 그 하자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혹여 판매자가 고지하지 않은 하자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구매자는 그 물건 하자가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단 분쟁해결기준은 합의나 권고 기준일 뿐, 전자상거래법과 달리 법적 강제성이 없다. 대신 중고거래 플랫폼사들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 제재조치도 강화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엔 플랫폼사들이 내부 기준을 갖고 분쟁 조정을 해왔고 이번에 그 기준이 구체화됐다” 며 “결국은 개인 간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데, 사용자들이 분쟁해결기준이 있다는 걸 인지하면 판매자는 고지를 더 잘하고, 구매자는 판매 내용을 자세히 확인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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